55년에 걸친 망명생활 끝에 귀국한 시메온 2세(64)전 국왕이 이끄는 불가리아 신당 '민족운동 시메온 Ⅱ(MNSⅡ)'가 17일 총선에서 승리, 동유럽 최로로 과거의 군주가 권좌에 복귀하는 사건을 만들어냈다. 여론조사기관인 MBMD과 국영 TV가 이날 총선 종료뒤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불과 2개월전에 창당된 시메온 2세 전 국왕의 NMSⅡ가 사전 여론조사와 비슷한 수준인 42-44%의 지지를 얻어 전국적으로 승리를 거둬 이반 코스토프 총리의 집권 중도우파 민주세력동맹(UDF)과 사회당(PSB)을 크게 앞질렀다. 이로써 시메온 2세 전 국왕은 의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 사실상 국정을 주도할수 있게 됐다. 투표직후 이뤄진 7개 여론조사기관의 출구조사결과 집권 UDF는 24%의 지지를 확보한 데 그쳐 2위, 전 공산 사회당(PSB)은 14-20.5%의 지지를 얻은데 불과한 것으로나타났다. 이같은 예비결과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시메온 2세 전 국왕은 공산주의 몰락이후 조국에서 권좌에 복귀한 동유럽 첫 군주로 기록된다. 모두 240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 투표율은 당초 예상 70%를 훨씬 밑돌아 전체 유권자 630만명 가운데 약 50%가 투표에 참가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는 민족운동 시메온 Ⅱ가 44%로 선두를 지킨 가운데 민주세력동맹과 사회당이 24%와 2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공식개표 결과는 20일쯤 발표될 예정이다. 색스-코우버그 왕가혈통으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혈연으로 연결돼 있기도 한 시메온 2세 국왕은 공산정권 수립직후인 1946년 망명, 스페인에서 기업가로활동하다 올해 초 국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망명생활을 마치고 귀국, 한때 대통령 선거출마를 꿈꿨으나 이를 포기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은 그는 연정 승리뒤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할 지에 대해서는 밝히지않고 있다. 그러나 시메온 2세 전 국왕은 출구조사 결과 사실상 완승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어떤 정당과도 연정을 구성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하고 "민족운동당은 이미 국정에 대한 책임을 맡을 준비가 돼있다. 유럽연합(EU),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와 같은 서방기구 가입 등 주요 외교정책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메온 2세 전 국왕은 앞서 총선에서 승리가 확정될 경우 800일이내에 불가리아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그의 정적인 보수파와 사회주의자들은 인기영합과 공약(空約)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그는 또 "우리는 스스로 부패를 제거할 것이며 많은 장애가 있을 것이고 그 길또한 쉽지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메온 2세 국왕은 그러나 "불가리아는 더 이상 종전과 같은 나라가 아니며 우리는 정신적 경제적 르네상스를 향해 가고 있다"며 왕좌 재건이 아닌 지난 수년동안침체된 불가리아 경제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지난 97년에 실시된 총선에서는 민주세력동맹이 57%의 지지율로 24%에 그친 사회당을 누르고 승리했다. (소피아 AFP.AP=연합뉴스) yy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