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라이츠빌 해변가는 지금 시끌벅적하다. 이유는 물떼새. 희귀종인 물떼새를 보호하려는 정부와 생존권을 주장하는 주민들이 서로 맞붙고 있다. 주민들은 이 지대의 지반 침강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하루빨리 제방공사를 하지 않으면 주택과 호텔 등이 물에 잠기게 된다고 아우성이다. 해변에 내린 접근금지령도 관광산업에 목을 맨 이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이다. 하지만 정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정부의 "강경책" 덕분에 1980년대 거의 사라졌던 물떼새는 이제 5천~6천마리로 불어났다. 물떼새의 비극은 지난 세기 초부터 시작됐다. 사람들이 여성용 모자를 만들거나 재미를 위해 남획하면서 점차 둥지를 잃어갔다. 2차대전 이후에는 해변가에 빌딩조성 붐이 일면서 물떼새는 희귀종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이번엔 정부가 직접 나섰다. 매사추세츠 메인 노스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등지의 해변 49곳이 폐쇄되거나 접근이 제한됐다. 하지만 문제는 물떼새가 미국에서 유독 아름다운 해변들만 골라 둥지를 튼다는 것. 강력한 보호정책에 힘입어 물떼새가 늘고 있지만 아울러 주민들의 불만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땅값도 하락세다. 주민들은 접근이 금지된 해변가에서 항의표시로 죽은 물떼새를 상징하는 핀을 팔고 있다. 자동차에는 "물떼새는 닭처럼 맛이 있다"란 스티커도 붙이고 다닌다. 물떼새는 최근들어 살 길을 찾았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천덕꾸러기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