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감원이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 연말 절정에 달했던 감원바람은 올들어 약간 주춤하는 듯 했다. 그동안 대규모 해고가 이어진데다 경기 조기회복론이 여전히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기대했던 미국경제의 "V자형" 회복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잇단 금리인하 약효도 아직 "가시권"에 들어오지 못했다. 2.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사례도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세계 PC판매 1위 업체로 등극한 델컴퓨터는 지난달 3천~4천명을 추가로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델은 지난 2월 1천7백명의 감원을 발표했다. 연초에 1백50명을 해고한 온라인 중개회사 CSFB디렉트도 지난달 1백80명을 더 줄이겠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업체인 스리콤 역시 최근 3천명을 추가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2월 1차 해고자(1천2백명)의 3배에 가까운 수치다. 다른 기업들도 추가감원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미국내 지역 통신업체로는 최대 규모인 베리즌커뮤니케이션즈도 이달초 비용절감을 위한 추가해고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 회사는 연초에 6천명 규모의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추가 감원에 나서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악화에 따른 월가의 압력도 2차 해고를 부추기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경영자들이 직원들의 사기를 고려, 1차 해고때 필요한 만큼의 감원을 못한 것도 추가해고의 한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감원 2라운드"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대부분 경영자들은 "감원이 최선은 아니지만 경기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며 "해고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직장인들은 추가감원이 시작되면서 초조감과 함께 근로의욕을 잃고 있다. 건설장비 회사인 옴니퀴프 인터내셔널에서 5년간 근무한 마크 나이는 1차 감원에서는 살아남았지만 지난달 2차 해고에선 희생자가 됐다. 그는 "일단 감원이 시작되면 연쇄작용을 한다"며 "해고가 언제 멈출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확산되는 2차 감원으로 기업과 산업계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갈 수 있다. 경영자들도 이런 점을 의식, 자신들이 경기둔화에 맞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 주려고 애쓴다. 이들중 일부는 올해 중반기께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회복에 대한 구체적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 라이트매니지먼트 컨설턴트의 최고경영자(CEO) 리치 피놀라는 "V자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감원 2라운드"의 강도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정리=국제부 inter@hankyung.com ] ---------------------------------------------------------------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우존스사의 트레이드마크로 이 기사의 소유권은 다우존스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