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전략적 안정화 문제를 해당부처 및 전문가 차원에서 논의하는 등 상호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는 한편 '동반자' 관계 구축 의지를 천명했다. 다만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 계획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확대방안등 일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채 추후 논의를 계속키로했다.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 외곽의 중세시대 고성(古城) 브르도에서 역사적인 양국 정상회담이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양국 정상은 특히 이번 회담에서 상대방을 `동반자'로 지칭, 군비축소와 간첩활동, 러시아산 대량파괴 무기부품의 이란판매 등으로 최근 급속도로 악화된 양국관계개선에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미국은 적이 아니며 서로를 위협하지도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동맹국이 될 수 있다"고 선언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수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평화유지와 새로운 안보구조 구축의 책임이우리에게 놓여있다"고 말했다. 푸틴은 또 전략적 안정화 문제가 이날 회담의 주의제였다고 소개한 뒤 "양측에입장차이가 있지만 앞으로 건설적인 대화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양국이 서로의 의견을 경청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두 정상이 양국 국방부와 외무부 그리고 전문가들에게 전략적 안정화문제를 "중단없이" 논의하도록 지시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부시 대통령도 이번 회담이 "허심탄회하고 결실있는 것"이었다고 소개하고 양국간 협력이 세계를 더욱 안전하고 번영되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날 회담에서 "안보 문제가 매우 구체적으로 진지하게 논의됐다"고 소개한 뒤, "새로운 시대적 여건하에서는 미사일 방어 문제를 포함해 제반 분야에 대한 새로운 입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 방어 계획이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위협하는 `불량국가'들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계획을 옹호하는 종전의입장을 거듭 강조, 러시아측의 양해를 요청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ABM(탄도미사일요격)협정이 국제안보의 초석이라고 강조하면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복잡한 문제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 미국 미사일방어계획에 대한 견제입장을 분명히 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양측이 수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세계평화 유지와 새로운 형태의 안보구조 구축의 책임이 양국에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또 나토의 군사적인 성격과 기능을 거론하며 나토의 러시아 국경을 향해 동진(東進)하는데 대해 우려를 감출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가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나토와의 협력 문제를 계속 논의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 대통령은 이와 함께 미사일방어계획 등 국제안보 문제 외에 발칸반도와 중동, 아프가니스탄 분쟁, 체첸문제 등 국제정세 전반과 러시아에 대한 투자확대 방안등 공동관심사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와 관련, 미-러 양국간의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폴 오닐 재무장관과 돈 에번스 상무장관이 조만간 모스크바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경제부문에서도 상당한 합의를 이뤄냈다. . 양국 정상은 내달 이탈리아 제노아에서 열리는 서방선진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으며 푸틴 대통령이 올 가을 정상회담에 때맞춰 부시 대통령의텍사스 농장을 방문하고 이에 대한 답방으로 부시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키로 합의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지일우특파원 ciw@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