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3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과 정상회담을 갖고 미사일방어체제 구축, 발칸지역 정세, 나토확대 등 대서양 양안의 주요 안보 현안을 논의했다. 부시 대통령은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폐기 및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대한 미국의 확고한 입장을 재확인했으며 미사일 방어 필요성에 대해 나토동맹국을 설득하는 데 진전을 이루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독일, 프랑스 등 나토 주요 회원국 정상들은 미사일 방어체제가 새로운 군비경쟁을 불러와 세계안보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나토 정상들은 또 내전 위기에 싸여있는 마케도니아에 나토군을 파견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내년에 나토 확대 협상을 벌이기로 합의했다. 유럽을 순방중인 부시 대통령은 이날 브뤼셀의 나토본부를 방문해 18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갖고 동맹국들로부터 "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새로운 수용자세를 발견했다"며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특별한 계획에 대한 서명을 요구하지 않았고 우리가 처한 위협과 그 해결방법에 대해 생각을 달리해주기를 요청했다"며 "개방적이고 건설적인 대화를 가졌으며 고무적인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나토 회원국들이 미사일방어 구상을 찬성했는지, 어느 정도의 수용자세를 보였는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ABM 협정이 냉전시대의 유물로서 폐기돼야 마땅하다는 종전의 주장을 되풀이했으며 유럽, 나토 등 동맹국들과 협의를 계속할 것이나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날 탄도탄미사일의 위협에 관한 국제회의를 제의해 미사일 방어에 대한 유보입장을 나타냈던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거듭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슈뢰더 총리는 회담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미사일 방어기술의 현실성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라크 대통령은 "ABM조약이 세계안보의 초석"이라며 "미사일방어계획과 별도로 탄도탄미사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것 이라고 촉구했다. 지난 99년 워싱턴에서 열렸던 나토출범 50주년 기념 정상회담 이후 2년여만에 처음 열린 이번 정상회담에서 회원국 정상들은 그동안 쟁점이 돼왔던 마케도니아 나토군 파견에는 반대입장을 표명했다. 이로써 알바니아계 반군들과 정부군의 내전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마케도니아에 외부 군대가 파견될 가능성은 희박해졌으며 마케도니아는 민족분쟁해소를 위해 정치적 해결 모색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나토 정상들은 또 내년 11월로 예정된 프라하 차기 정상회담에서 나토 확대를 위한 협상을 갖기로 합의했으며 이번에 나토 가입 후보국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등 발트해 및 구 동구 공산권 9개국이 나토 가입을 희망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자국과의 접경국가로 나토가 회원을 확대하는 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조지 테닛 미 중앙정보부(CIA) 국장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휴전에 합의한 데 대해 환영하고 중동평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말만이 아닌 행동이 뒤따르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브뤼셀=연합뉴스) 현경숙특파원 k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