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덩후이(李登輝) 전 대만총통이 연말 총선을 앞두고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지원을 공식화한 가운데 제1야당 국민당을 비롯한 3개 야당 대표들도 10일 만나 대항전선 구축에 합의, 추이가 주목된다.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은 이날 제2야당 친민당(親民黨)의 쑹추위(宋楚瑜) 주석과 제3야당 신당(新黨)의 셰치다(謝啓大) 소집인(대표격)과 만나 '천수이볜-리덩후이 연맹'에 맞서는 정치적 연대를 모색하기로 합의, 12월에 치러지는 총선 및 자치 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정계 개편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롄 주석과 쑹 주석은 3인 회동 후 별도로 만나 ▲국민-친민당의 정책연합 ▲의석 과반수 유지 위한 총선 연합공천 등 4개 합의문을 발표한 뒤 '천-리 연대' 결성을 의식, 천 총통 정부가 경제난 및 민생 현안 등을 외면하고 정치공작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친민당은 지난해 3월의 총통 선거를 앞두고 국민당을 탈당한 쑹 주석이 창당했으며, 신당은 지난 93년 리 총통(당시)의 불분명한 통일정책에 불만을 품고 탈당한 의원들이 조직한 것으로 '범 국민당'으로 불리고 있다. 관측통들은 그러나 총통선거 후 국민당과 친민당의 협력관계 등을 돌아볼 때 '범국민당' 연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대만독립을 표방한 리 전 총통이 국민당내 대만 출신 의원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탈당 회유 작업을 벌이고 있어 '롄-쑹 연대'가 연말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롄 주석은 리 전 총통이 천 총통 및 민진당 지지를 공식화한 가운데 지난 8일리 전 총통을 예방, 선거에서의 협조를 부탁했다. 그러나 롄 주석의 방문 직후 황주원(黃主文) 전 내정부장(내무장관)도 국민당내 대만 출신 의원들을 이끌고 리 전 총통을 예방했으며 관측통들은 이를 국민당내 친(親) 리덩후이 성향 및 독립 지향의의원들의 대거 탈당 예고탄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편 리 전 총통은 대만 주간지 '신대만' 최신호 회견에서 국민들에 대해 천 총통 지지를 호소한 뒤 "(225석 중 66석에 불과한) 민진당이 총선에서 85석을 차지하면 35석 정도가 자연적으로 민진당으로 옮겨와 과반수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고 말해 천 총통과의 연대를 공식화했다. 관측통들은 리 전 총통의 이 발언을 '의원 35명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민진당으로 데려오려는 구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duckhwa@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