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58)이 8일 실시된 대선에서 77%의 득표율로 압승함으로써 이란 개혁에 새 장을 열었다. 이란 내무부는 9일 이번 선거의 최종 개표결과, 하타미 현 대통령이 총 2천810만여표 중 2천160만여표를 획득, 77%의 득표율로 임기 4년의 새 대통령에 재선됐다고 밝혔다. 보수파 후보인 아흐마드 타바콜리 전 노동장관은 약 16%의 득표율로 2위에 그쳤으며 다른 8명의 후보들도 소수 득표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란 내무부는 당초 83%라고 밝혔던 투표율은 67%로 집계됐다고 수정 발표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내무부의 선거결과 발표후, "이것은 진정한 승리"라며 "우리의 오늘과 내일에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 체제를 다지고 심화시키는 일과 종교적 견지에서 민권을 실현하는 일"라고 강조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앞으로 "합법적이고 건강하며 열린 분위기, 언론과 비판의 자유는 물론 합법적인 반대까지도" 점진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란 개혁에 대한 국민투표적 성격을 지닌 이번 선거에서 개혁파의 수장인 하타미 대통령이 97년 대선 때의 69%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로 재선됨에 따라 보혁 갈등으로 제자리 걸음을 거듭해온 이란 개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란 개혁파는 97년 대선에 이어 99년 지방선거와 2000년 총선, 이번 대선에서 네차례 모두 압승을 거둠으로써 보수파에게 타격을 안겨주고 개혁추진 기반을 더욱 확고히 했다. 그러나 아야툴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한 보수파는 개혁이 나라를 파멸로 이끌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하타미 대통령의 압승에도 불구하고 보혁갈등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내 모든 선거결과에 대한 감독권을 지닌 혁명수호위원회는 8일에도 이번 선거에서 광범위한 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고 주장, 이를 부인하는 하타미 정부 산하내무부측과 갈등을 빚었다. 이번 대선 결과는 혁명수호위원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야한다. 이란 내무부 고위 관계자는 "이제까지 소위 부정행위에 대한 어떤 정보도 입수되지 않았다"며 "여론을 호도하려는 거짓정보"에 대해 경고했다. 이번 선거는 8일 4천200여만 이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실시된 뒤, 9일 개표에 들어갔으며 투개표 모두 큰 불상사없이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됐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 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