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총선 압승 직후 발표한 집권 2기 첫 내각의 조각내용은 공약한 개혁의 과감한 추진과 당내 라이벌들의적절한 견제 및 회유 등을 통해 3연임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평가된다. 블레어 총리는 특히 집권 1기 때와는 달리 이번 총선에서는 동지이자 경쟁자인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을 제외하고는 그 어느 파벌이나 이익단체에게도 신세진 것이없었기 때문에 자유롭게 조각을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자신의 의도를 최대한 반영한 개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먼저 공약한 대로 집권 1기보다 더욱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으로 매파로 알려진 잭 스트로 내무장관의 외무장관 발탁과 존 프레스컷 부총리의 내각장관겸임 발령을 들수 있다. 스트로 장관은 당내 진보파들의 미움을 받으면서 내무장관으로서 강경노선을 견지한데 대해 보상을 받은 것으로 보이며 블레어 총리로서는 앞으로 국민적 반대여론을 극복하면서 추진해야할 유로화 가입 및 이를 위한 국민투표를 승리로 이끌기 위한 강경파의 전진배치로 분석된다. 프레스컷 부총리의 경우는 당초 겸임했던 환경.교통.지역부 자체를 분해해 각부처로 분산시키면서 내각의 각종 정책을 조정하는 자리인 내각청으로 자리를 옮기도록 해 앞으로 추진될 보건.교육.교통 분야 등의 개혁공약 이행을 독려하는 역할을맡긴 것이다. 자신의 노선을 충실히 지켜온 데이비드 블런킷 전 교육부장관을 내무장관으로기용한 것은 범죄에 대한 강경자세를 계속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성들과 당내 반대파를 포용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이번 개각의 특징이다. 통상담당 국무상이었던 패트리샤 휴이트를 통상산업부장관 및 여성장관으로 겸임발령하고 환경담당 국무상이었던 힐러리 암스트롱을 수석 원내총무에 기용하는가 하면교육부 국무상이던 에스텔 모리스를 교육.기능부 장관에 앉히고 테사 조월을 문화부장관에 임명하는 등 모두 4명의 여성각료를 입각시켰다. 이같은 여성각료 대거 기용은 지난 1기 집권 당시 내각에서 여성들을 상대적으로 홀대했다는 지적에 대한 배려과 함께 이들 4명의 여성각료들이 그동안 총리의 뜻을 벗어난 적이 없다는데 대한 포상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노동당 당수 닐 키노크 파벌의 핵심멤버로 블레어 총리가 내걸었던 "신노동당"의 기치에 공개적으로 거부의사를 보여온 전 내무부 국무상 찰스 클라크를 무임소장관 겸 당의장에 임명해 입각시킨 것은 반대파를 어우르는 모습을 보인 부분이다. 그러나 당내 경쟁자들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게 눈에 띤다. 우선 블레어 총리,브라운 재무, 프레스컷 부총리 등과 함께 노동당 "빅4"로 꼽히던 로빈 쿡 외무장관을 하원 다수당 지도자로 "강등"시킨 것. 정작 본인은 자신이 의회주의자라며 하원의 토론장으로 되돌아와 기쁘다고 말했으나 관측통들은 이번 개각의 최대 피해자는 쿡 장관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당내 최대 라이벌인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의 견제용으로 오른팔인 닉브라운 농무장관을 "강등"시킨 대목도 흥미롭다. 고든 브라운 장관은 "신노동당" 운동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이번 총선에서 블레어파가 최대의 치적으로 이용한 경제적 안정, 낮은 실업률, 보건.교육예산 확충 등이 모두 그의 공로여서 그의 유임은 당연한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닉 브라운 농무장관의 경우 그가 맡았던 농무부 즉 농수산식품부가 폐지되고 환경.식품.농촌부로 대체되면서 노동.연금부 장관의 휘하인 노동담당 국무상으로 한단계 강등된 것이다. 물론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을 의식한 배려로 각의 참석은허용됐다. 블레어 총리는 또 그동안 자신의 친구이자 측근으로 브라운 재무장관에 대한 견제역할을 맡아온 피터 맨델슨 전 북아일랜드장관의 사임으로 생긴 공백을 프레스컷부총리로 메웠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프레스컷 부총리에게 내각 조정업무를 맡긴 것도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예산을 쥐고 사실상 각 부처를 장악하고 있는데 대한 견제라는 것이다. 쿡 장관과 브라운 재무장관에 대한 견제는 그의 3연임 야망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는데 관측통들의 지적이다. (런던=연합뉴스) 김창회특파원 chkim@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