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대위안부 문제가 국제노동기구(ILO)총회 산하 기준적용위원회의 노동자그룹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식 안건으로 채택됐다. 지난 95년 6월 일본 군대위안부가 ILO협약 29호(강제노동)에 위배된다는 진정서가 제기된 이후 IL0 관련 협약의 이행여부를 다루는 기준적용위원회의 노동자그룹이 공식의제로 다루기로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준적용위원회는 제89차 ILO총회 개막 이틀째인 6일 회의를 열어 이번 총회에서 논의할 의제선정문제를 논의, 일본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네덜란드, 포르투갈, 독일, 중국, 이탈리아 등이 한국의 입장을 강력히 지지함으로써 사실상 만장일치로 의제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75개 회원국의 노동자 대표 가운데 일본의 입장을 명시적으로 지지한 나라는 파키스탄 뿐이었으며, 미국과 영국은 구체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하면서도 군대위안부에 관한 일본정부의 조치가 미흡하고 ILO 차원의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적용위원회의 최종 의제채택은 노동자 및 사용자그룹의 개별협의를 거쳐 노.사.정 3자 회의의 의결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준적용위원회는 7일 사용자그룹회의에 이어 오는 8일 노.사.정 3자 대표자 회의를 열어 이번 총회에서 논의할 정식의제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일본의 노.사.정 대표단은 군대위안부 문제의 의제채택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로비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관례상 노동자그룹에서 채택한 의제는 거의 원안대로 수용돼왔기 때문에 군대위안부와 관련한 보상 및 국가책임인정, 사과 문제가 이번 ILO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국노총의 정책자문위원인 정진성 서울대교수(사회학과. 정대협 ILO대책위원장)는 전했다. 한국의 사용자측을 대표하고 있는 경총도 그동안의 유보적인 자세를 바꿔 일본역사교과서 왜곡파문 이후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ILO차원에서 적극 제기한다는 방침이어서 사용자그룹의 협의결과가 주목된다. 군대위안부 문제가 기준적용위원회의 정식 논의를 거쳐 총회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일본정부에 대한 일정한 구속력과 강제력을 발동할 수 있는 권고채택 및 조사단 구성 등이 가능하기 때문에 군대위안부 논의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앞서 ILO 이사회 산하 `협약 및 권고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정부가 `아시아여성기금'과는 별도로 조속한 시일내에 군대위안부 희생자에 대한 보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 이 보고서는 "(군대위안부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청구인들의 대다수가 `아시아여성기금'에 의한 보상을 수용할 수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볼때, 일본정부가 청구인들과 그들을 대표하는 단체들과 협의를 해서 더 늦기 전에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방식으로 희생자들에게 보상할 수 있는 대안을 강구하기를 기대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제2차 세계대전중 일제하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도 "일본정부가 희생자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식으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주장에 대처해 나갈 수 있기를 거듭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ILO는 지난 98년 일본 군대위안부가 ILO협약에 위배된다는 결론을 내린바 있으며 일본은 지난 1932년 강제노동협약을 비준했다. (제네바=연합뉴스) 오재석특파원 oj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