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기민당과 사민당간 대연정이 유지됐던 독일 베를린 시정부가 재정위기 극복방안을 둘러싼 갈등으로 결국 붕괴했다. 베를린 시정부 재정이 파탄상태에 이르고 시정부 장관의 공금 횡령 의혹까지 겹친 가운데 에베르하르트 디프겐(기민당) 시장이 이끄는 베를린 시정부는 사태 수습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으나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이 7일 연정탈퇴를 선언함으로써 베를린 재정 스캔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디프겐 시장은 전날 50개항의 예산 절감 방안 및 재정 충실화 계획을 발표하는등 막판까지 연정 붕괴를 막으려 노력했다. 그러나 사민당은 연정탈퇴와 함께 시의회 해산을 요구하는 강경 입장을 고수했다. 페터 스티리더 사민당 베를린위원장은 연립정부의 붕괴와 새정부의 구성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고 "베를린시 정부의 앞날은 이제 유권자의 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디프겐 시장은 사민당이 `정치적 금기'를 깨뜨리고 연정붕괴까지 몰고온 사태를비난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선거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민당의 새로운 선거 요구에 대해 기민당도 이제는 거부할 수 없는 입장에 놓임에 따라 조만간선거 일정이 잡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베를린 시정부를 안정적으로 구성해온 기민당과 사민당이 결별함에따라 구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사당이 유력한 연정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99년10월에 실시된 베를린 시의회 선거에서 사민당은 18.7%를 획득, 제 3당을 차지한 바있어 제 1당과의 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민당과 사민당은 모두 민사당과의 연정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으며 2개당으로는 의석수가 부족할 경우 녹색당을 연정이 참여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새 선거가 실시될 경우 기민당은 디프겐 현시장이 시장 후보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안겔라 메르켈 기민당 당수가 직접후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차기 베를린 시정부 구성에서 민사당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레고르 기지 전 민사당 원내의장이 시장 후보로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동서독 통일 이후 민사당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기지 의원은 지난해 민사당을 대중 정당으로 개혁하려는 일련의 기도가 실패한 후 당직을 사퇴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송병승 특파원 songb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