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로 엑시토소(성공한 혼혈인디오)'로불리는 페루 야당의 알레한드로 톨레도(55) 후보가 3일(현지시간) 실시된 대선 결선투표에서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1년여를 끌어 온 페루 사회의 혼란이 마침내 수습단계에 접어들게 됐다.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페루 정국의 혼란은 지난해 4월 알베르토 후지모리전대통령이 선거부정 의혹과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억지당선'과 취임을 강행한 데서 비롯됐다. 뒤이어 같은해 9월초 여소야대로 정국이 가뜩이나 불안한 가운데 후지모리의 자문관인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전국가정보부장의 야당의원 매수스캔들이 터지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말았다. 매수현장을 녹화한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면서 몬테시노스는 9월말 파나마로 망명탈출하기에 이르렀고 망명이 거부되자 페루 잠입-색출작전-재탈출-중남미 은신-사망설까지 나온 상태이다. 이 과정에서 궁지에 몰린 후지모리 전대통령은 같은해 11월 부르나이에서 열린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마치고 일본에 머물다 전격사임을 발표했다. 그러나 페루 의회는 후지모리의 사표를 반려한 채 탄핵표결에 들어가 사실상 만장일치로 후지모리를 탄핵축출했으며, 페루 검찰은 최근 살인과 공금유용, 사기 등혐의로 기소까지 해놓았다. 이 과정에서 명망가인 발렌틴 파냐과 전국회의장이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취임,개각 단행과 함께 친후지모리파 군 수뇌부를 경질했으나 페루 사회의 불안은 좀처럼제거되지 않았다. 따라서 톨레도 당선자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최우선 과제인 경제난 극복과 함께 정국 위기의 해소를 거쳐 페루에 진정한 민주제도를 정착, 국민을 안심시키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후지모리의 집권말기인 지난 98년부터 시작된 페루의 경제난은 지난 2년동안 더욱 악화됐으며, 정국위기까지 겹치면서 올들어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1.5%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 투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9.4%가 줄었으며 정부는 올들어 공공지출예산의 30.7%까지 줄이는 등 초긴축재정을 실시하고 있으나 인플레와 실업률은 계속 오르기만 하고 있다. 따라서 톨레도 당선자는 일자리 100만개 창출과 임기내 매년 6∼7%의 경제성장,수출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나 민주제도 정착과 경제개혁 등에 따른 페루 경제의 대외신인도가 향상되지 않은 한 달성이 어려운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 후지모리와 몬테시노스, 일부 군경 수뇌부와 정치인들로 이어지는 부패사슬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도 톨레도로서는 크게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인디오(원주민) 출신으로 빈부격차 등 소득.분배 구조의 왜곡을 일찌감치 경험한 그로서는 부패척결과 더불어 왜곡된 분배구조를 바로잡는 일 역시 서둘러야 할 일이라고할 수 있다. 개혁에 대한 기득권층의 반발과 2천700만 인구의 절반이 넘는 빈민층의 희망이엇갈리는 가운데 그가 과연 공약대로 '잉카제국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와우려가 교차된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성기준특파원 big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