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인 조르바', `아라비아의 로렌스`, `25시, `길'을비롯해 150여편의 영화에서 열연한 세계적인 영화배우 앤서니 퀸이 3일 오전 9시30분(현지시간) 호흡곤란으로 사망했다. 향년 86세. 미국 로드 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시의 시장으로 퀸의 친구인 빈센트 `버디' 시안시 씨는 퀸이 보스턴의 한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히고 "그를 친구로 부를 수 있는게 자랑스럽다"고 애도했다. 멕시코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퀸은 미국 동부 로스앤젤레스에서 구두닦이와 신문팔이 등으로 유년기를 보낸 후 B급 영화의 엑스트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혼신의 힘을 기울인 열정적인 연기파 배우였던 퀸은 52년 멕시코 혁명지도자 에밀리아노 사파타를 그린 '혁명아 사파타'에서 사파타의 동생 역을 맡아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했으며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희랍인 조르바',`노틀담의 꼽추' 등의 명작을 남겼다. 50년이 넘는 연기생활을 통해 퀸은 왕으로부터 인디언, 교황, 권투선수, 농부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배역을 맡아 선이 굵직한 연기로 전세계 영화팬들을 사로잡았었다. 이같은 연기생활 외에도 두번 결혼했던 퀸은 80의 나이에 13번째 아이를 낳아 노익장을 과시해 세계적인 화제를 뿌렸으며 화가와 조각가, 작가로도 활동해왔다. 56년에는 빈센트 반 고흐의 치열한 삶을 그린 '열정의 랩소디'에서 고흐에게 큰 영향을 미친 고갱역으로 열연, 두번째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퀸이 72년 펴낸 '원죄'라는 제목의 자서전은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으며 최근들어 영화출연이 뜸해지면서 조각과 그림에 몰두해왔다. 퀸은 지난 87년 한 인터뷰를 통해 "인생이란 산을 오르는 것같다. 나는 에베레스트산을 오르지는 못했지만 (LA 북부의) 휘트니산은 올랐다"면서 어린 시절 자신이 세웠던 인생의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보스턴 AP=연합뉴스) ycs@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