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에 처한 압두라만 와히드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사임을 거부, 강경방침을 밝힌 가운데 국회가 탄핵을 위한 국민협의회(MPR) 특별총회 소집 결의 후 타협 조짐을 보이면서 과격 시위는 진정되는 양상을띠고 있다. 와히드 대통령은 1일 사임요구를 거부하고 국가의 단합을 위해 강경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강경 조치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핵심 각료들과 군부가 31일 대통령의 비상 사태 선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와히드측도 국가 비상사태 선포설을 부인한 바있다. 이런 가운데 악바르 탄중 국회의장은 지난 달 31일 기자들과 만나 "특별총회 소집이 결의됐음에도 불구, 탄핵을 피하면서 교착정국 타계를 위한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혀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와히드 공격의 선봉장으로 꼽히는 아미엔 라이스 MPR 의장도 "특별총회를 오는8월 1일 가질 계획이나 비상사태 선포 등과 같은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 소집 시기를 단축할 수 있다. 총회 소집 때까지 정치권의 다양한 타협 노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인 알위 시합 외무장관은 "특별총회 소집은 아직 60일이나남아 있다. 이는 매우 긴 시간이다. 타협은 불과 한시간만에 이뤄질 수 있다"며 위기정국 해소를 위해 타협 노력을 강화할 것임을 역설했다. 마토리 압둘 잘릴 집권 국민각성당(PKB) 소속 국회의원도 "지난달 30일 국회 표결 당시 우리가 집단 퇴장했음에도 불구, 특별총회 소집 결의를 수용할 것"이라며대화채널 복원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메가와티 수카르노 푸트리 부통령이 이끄는 최대 정당 민주투쟁당 (PDIP)은 오는 8월 1일 소집 예정인 특별총회 시기를 앞당기자며 대화 노력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PKB 소속의 아베르손 마를레 시할로호 의원은 "왜 2개월을 기다려야 하나. 당장다음주라도 소집하지 못할 이유가 있느냐. 이는 불안정국과 경제 혼란을 연장해 결국 국민들의 고통만 가중시킨다"고 밝혔다. 필립 리커 미국무부 부대변인은 성명에서 "인도네시아 지도자들이 정치력과 자제력을 발휘, 화해와 효율적인 정부운영을 촉진시키는 쪽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평화적이고 헌법적인 방법으로 이뤄지는 어떠한 결과도 우리는 지지할 것"이라며 극단적인 대립 자제를 촉구했다. 정치권의 이런 타협 움직임속에 와히드의 고향 동부 자바에서 1일 주도 수라바야 외곽 지역 3곳에서 1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5일째 탄핵중단을 요구하는 시위가계속됐음에도 불구, 비교적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수라바야 동쪽 80㎞ 지점의 파수라안에서는 최근 사흘간 정당 사무실과 교회,학교 등에 대한 방화와 파괴가 이어졌던 것과는 달리 지난달 31일과 1일에는 평화시위를 벌여 한동안 패쇄됐던 학교와 관공서가 정상 운영에 들어갔다. 자카르타에서도 1일 대통령궁 인근 국립박물관 광장 주변에서 시위대 2천여명이골카르당 해체와 아미엔 라이스 국민협의회 의장 처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벌였으나 과격행위를 삼가해 경찰과 물리적 충돌은 빚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최근 과격양상을 빚던 시위가 1일을 고비로 수도 자카르타에서 완전히진정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지난달 28일 발령한 일급 경계태세 `시아가 1'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특파원 hadi@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