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조류독감의 인체감염을 막기 위해 홍콩 당국이 대규모 ''닭 도살''에 나섰다.

예정된 도살 규모는 1997년(1백40만마리)에 버금가는 1백20만마리 정도.

''닭 사냥''은 지난 17일 시작됐으며 19일 하루에만 무려 7만마리가 도살됐다.

홍콩 당국이 대규모 닭 도살에 나선 것은 최근 시내에서 판매되는 닭들에서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인 ''H5N1''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릴리 얌 홍콩 환경식품국장은 지난주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카우룬의 취엔환,몽콕,서부지역 등 3개 시장에서 판매되는 닭들에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발견돼 이곳의 판매점들을 전면 폐쇄하고 닭과 메추리를 즉각 도살하라고 명령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 이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감염된 징후는 없다"고 강조했다.

홍콩의 가금류에서 H5N1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홍콩 사람들은 H5N1의 인체감염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주 24시간 만에 닭 7백97마리가 죽을 정도로 바이러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세기에 있었던 치명적 독감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주로 중국 남부지역이었다는 점은 홍콩인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홍콩의 닭 판매상들은 중국에서 많은 닭을 수입하고 있다.

홍콩 보건당국이 대규모 닭 도살에 나선 것도 이같은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닭 도살은 앞으로 몇주일간 계속될 예정이다.

이미 도시 외곽지역의 2백여 닭 농장에 보건요원들을 파견,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홍콩인들이 즐겨먹는 ''닭고기 즉석요리''는 당분간 자취를 감추고 ''냉동 닭고기''가 식탁을 대신할 전망이다.

또 보건당국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닭 도살 장소를 제한할 방침이어서 ''치킨 산업''은 이래저래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필리핀은 이미 홍콩으로부터의 닭수입을 금지시켰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