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에 시달리다 못한 미국의 상장기업들이 비공개기업으로 U턴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최근 USA투데이에 따르면 지난해 미 증시에 등록된 기업들이 상장을 폐지하고 비상장기업으로 되돌아간 건수는 모두 62건.이는 전년도인 99년에 비해 77%나 증가한 수치다.

또 이로써 상장폐지 기업의 숫자는 2년 연속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U턴 추세에 대해 "생기를 잃은 주식시장에서 머니게임을 벌이는 데 넌더리가 난 기업들이 차라리 ''비공개''가 낫다는 생각으로 자사주를 모조리 사들이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이 점점 짙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회사들이 상장계획을 전격 철회하는 일은 이미 비일비재하다.

보통 기업들이 기업공개나 증자를 단행하는 최대 목적은 자금 조달이다.

그런데 요즘처럼 시장이 어렵고 투자자들이 시큰둥한 상황에서는 상장가나 증자시 주식가격이 형편없는 수준으로 낮춰지게 마련이다.

이처럼 주가의 하향조정까지 감내해가면서 기업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게 ''U턴기업''들의 입장인 것.

기업들이 ''비공개''로 치닫는 또하나의 주된 이유는 주식이 타기업을 인수할 때 사용되는 ''통화''수단으로서의 가치를 잃었다는 점이다.

약세장에서는 으레 주식교환보다는 현금거래가 인수합병(M&A) 방식으로 선호되게 마련이다.

지난 4월에 이뤄졌던 M&A건의 44%는 현금으로 거래됐다는 통계가 이러한 선호도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현금거래 비중은 강세장이 정점을 이뤘던 지난해 3월에 비해 37% 증가한 것이다.

이쯤되니 회사들로선 기업을 공개함으로써 얻는 이득을 포기하고 ''비상장''을 택할만도 하다.

기업컨설팅업체인 캘리포니아 뱅크&트러스트의 한 전문가는 "기업들은 일단 비공개로 돌아가면 분기별 실적에 연연하는 등 주주들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가 없어 속이 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며 때문에 "경영전략을 짜더라도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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