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넘쳐나는 컴퓨터시장들은 이 도시의 명물인 가두 염가판매장터의 "하이테크 버전"이다.

골목에 빽빽히 들어선 상점들에서 거저나 다름없는 하드웨어부터 불법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것을 구할 수 있다.

해적판 프로그램들을 사러 몰려다니던 쇼핑객들이 요즘들어 새로운 성향을 보이고 있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상점들은 최근 몇주일동안 호황을 누렸다.

실제로 정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이를 예측하지 못한 소규모 소매상들은 허를 찔렸다.

이들은 4천달러(이하 홍콩달러)에 육박하는 MS오피스 중국어버전과 같은 소프트웨어들이 이미 매진됐으며 이달말까지는 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 시장에서 MS오피스 불법판들은 단돈 10달러만 주면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아시아의 해적판 소프트웨어 슈퍼마켓"이란 이미지가 붙어 있는 홍콩에서 이런 현상이 생기고 있는 것은 이달초부터 발효된 새로운 법률 때문이다.

지식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법률의 타깃은 판매유통조직보다는 이용자에 맞춰져 있다.

특히 불법 사무용 소프트웨어의 사용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해적판을 사용하다 걸리면 한 카피당 5만달러의 벌금형이나 4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홍콩의 한 소형출판사 사장은 "혹시라도 고발당할까 두려워 수천달러에 달하는 정품소프트웨어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가혹"한 새 법률이 홍콩의 뿌리깊은 "해적판 사업"을 근절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홍콩당국의 한 관계자는 "해적판 소프트웨어제작업자들은 여전히 방대한 카탈로그를 갖추고 홍콩 곳곳에서 불법CD를 찍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