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정보기술(IT) 혁명을 이끌며 고성장을 구가하던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최근들어 실리콘 밸리 기업에 대한 투자가 지난해말의 20% 수준으로 떨어졌는가 하면 이곳에 입주한 인터넷 업체 5곳중 1곳만이 살아남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것.

부동산회사인 쿠시먼&웨이크필드와 로젠 컨설팅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실리콘 밸리 닷컴 기업의 약 80%가 내년까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역 1백50개 공개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번 보고서는 닷컴 기업들의 퇴조로 인해 내년까지 3만여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터넷 경기의 침체가 부동산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 이 보고서는 지난 2∼3년간 급등세를 보여오던 실리콘 밸리 중심가의 건물 임대료가 지난해말에 비해 최근 평균 7.5% 떨어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또 내년까지 약 1백22만㎡에 이르는 사무실 부지가 매물로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닷컴 열기가 식으면서 실리콘 밸리 기업에 대한 투자도 가파르게 위축되고 있다.

톰슨 파이낸셜시큐리티스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미국 증권 및 채권시장을 통해 실리콘 밸리에 유입된 자금은 27억달러로 지난해 1·4분기의 1백41억달러보다 8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4분기에도 65억달러에 그쳐 인터넷 업체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도 줄어들어 지난해 4·4분기의 경우 전년동기 대비 19% 감소한 69억달러에 불과했다.

실리콘 밸리의 자금난은 신생 업체들의 기업공개(IPO)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IPO에 성공한 기업은 얼라인테크놀로지스를 비롯 3개업체 뿐이었고 공모액도 3억8천7백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16개 기업이 25억달러를 공모했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4분기에 5억2백만달러에 불과하던 이곳 닷컴 기업들의 부채 출자전환 액수도 올 들어 18억5천만달러로 치솟았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