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재정의 책임을 지고 있는 미야자와 기이치 재무상이 8일 정부재정상태가 거의 붕괴 상황이라고 표현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이 발언이 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충분히 알고 있는 그는 정부의 재정개혁을 가속화하기 위한 명분을 얻기 위해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 경제 상황이 위기 국면으로 치닫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기도 하다.

미야자와 재무상의 이날 발언은 전날 하야미 마사루 일본은행 총재의 "엔화 약세를 방치하겠다"는 말에 시너지효과를 내면서 엔화가치를 달러당 1백20엔대로 떨어뜨렸다.

하야미 일본은행 총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본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도 내렸다.

각각 재정과 금융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일본 경제의 파산"을 경고한 셈이다.


◇ 재정적자 상태와 원인 =작년말 현재 일본 정부의 누적 재정적자는 총 6백50조엔에 달한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1.4배에 이른다.

소위 부자나라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GDP에 대한 재정적자 비율이 가장 높다.

그만큼 일본 정부의 재정상황은 심각하다.

일본의 재정적자는 최근 3년간 1백6조엔이 불어났다.

연평균 약 35조엔씩 적자가 더 쌓인 셈이다.

재정적자 급증은 한마디로 10년 장기불황 탓이다.

버블 경제가 사라지면서 기업도산 사태와 증시붕괴 상태가 지속되자 일본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천문학적인 규모의 공공투자에 나섰다.

그동안 10여차례의 경기대책을 수립하면서 줄잡아 1백조엔이 넘는 자금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이같은 대대적인 경기대책에도 불구하고 일본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있어 세수 확대의 여지가 별로 없다.

도산 기업들이 늘어나는 데다 기업들의 수익증가율도 둔화되고 있어 일본 정부는 세입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향후 전망 =현재로서는 붕괴 상황의 재정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야자와 재무상은 소비세를 올려서라도 재정적자를 메워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 경제침체의 최대 요인이 소비 부진인데 이런 상태에서 소비세를 올린다는 것은 경제 회복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특히 이달말은 은행 등 금융권의 부실채권 정리 시한으로 정부는 금융권에 또다시 공적자금을 대거 투입해야 한다.

재정적자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급증하는 재정적자는 증시 침체 및 은행들의 부실채권 증가 등 금융불안과 함께 일본 경제회복의 최대 걸림돌이다.

다카하시 노부아키 리쓰메이칸대 교수는 "재정적자는 일본 경제의 또 하나의 시한폭탄"이라며 재정적자가 금융 위기를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경제는 지금 ''경기침체→공적자금 투입→재정적자 확대→추가 경기대책 난망→경기침체''의 악순환의 고리에 걸려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