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허난(河南)성 나들이에 나섰을때였다.

폭설로 고속도로가 막혀 정저우(鄭州)에서 뤄양(洛陽)까지 국도를 이용했다.

자동차보다 경운기가 많은 시골길이었다.

운전중 눈에 익은 빨간색 바탕에 흰색 사선이 선명한 금호타이어 간판을 발견했다.

"우리가 공짜로 달아준 겁니다. 수리점에 선심도 쓰고, 광고도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지요. 중국에 약 3천개 됩니다"

금호타이어 베이징(北京)지점 김형균 부장의 설명이다.

중국 구석구석을 파고든 금호타이어의 작년말 시장점유율은 22%선(중국 타이어협회 조사).

중국 국내외 업체를 통틀어 1위다.

작년 금호브랜드 타이어 판매량은 약 6백20만개.

톈진(天津)과 난징(南京)공장을 풀가동했다.

금호는 작년초 톈진공장을 일본 브리지스톤에 매각했다.

그러나 브랜드 가치를 탐낸 브리지스톤의 요구로 이 공장은 3년동안 금호상표 제품을 생산한다.

브랜드 로열티가 매각대금에 포함됐음은 물론이다.

금호타이어의 중국시장 침투는 치밀한 가격 전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중저가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금호는 최대 경쟁사인 상하이(上海)타이어에 대한 차별화 전략을 썼다.

가격을 3∼5% 높이면서 품질(주행거리)도 30% 높였다.

이 전략은 소비자에게 ''고급이면서도 가격은 별 차이가 없다''는 좋은 인식을 심어줬다.

자기 성(省)기업 부품을 쓰려는 중국 자동차 업계의 지방보호주의를 피해간 게 또 다른 성공요인이었다.

상하이GM 상하이다중(大衆) 등 주요 상하이 자동차 업체들은 상하이타이어사 제품을 고집했다.

금호는 이를 피해 교체용 타이어 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이원태 금호 중국본부장은 "중국 자동차 소비층은 개인보다는 정부기관 기업 택시회사 등으로 교체용 타이어 시장이 훨씬 더 크다"며 "이들을 공략한 게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고 회고했다.

지난해 난징공장의 전체 타이어 판매량중 60% 이상이 교환용이었다.

단계별 광고전략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큰 힘을 발휘했다.

수입판매 위주였던 1992∼94년동안 수입상을 대상으로 한 1 대 1 광고를 폈다.

업계의 흐름을 파악하자는 취지였다.

공장 설립기인 1995∼96년에는 전국 성도(省都)에 대형 입간판 광고를 내걸었다.

대중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광고였다.

1997년 본격 생산이 시작되면서 입간판을 내리고 대신 주요 거리의 수리점에 점포광고판을 무료로 깔았다.

돈은 덜 들면서도 실질적 효과는 컸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