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경제참모들이 한국의 개혁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대통령의 특사로 부시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귀국한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은 26일 "미국의 경제정책 수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등이 한국의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특히 그린스펀 의장의 경우 김 대통령과 한국 경제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며 "김 대통령이 미국에 오면 만나고 싶으며 기회가 되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면담 내용을 소개했다.

특정 국가에 대해서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온 그린스펀 의장이 김 대통령과의 면담을 희망하고 한국방문 의사를 피력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한시간 가량 진행된 이 수석과 그린스펀 의장과의 면담 때는 퍼거슨 IMF 부총재가 배석했다.

퍼거슨 부총재는 "한반도 통일 이후의 경제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통일에 대한 관심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충고했다고 이 수석은 말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이 제기한 선.후진국간 정보격차 해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제임스 울펜손 총재는 "세계은행은 전세계 정보격차 해소에 관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기술적인 측면에서 참여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이 수석은 밝혔다.

미국 새정부의 경제분야 최대 두뇌집단으로 알려진 미국기업연구소(AEI)의 크리스토퍼 드모스 회장 역시 "한국이 구조조정을 잘해 투명성을 확보할 경우 투자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고문역으로 임명된 토머스 도나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도 한국의 구조조정 진척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17일 출국했다가 25일 귀국한 이 수석은 이런 내용을 김 대통령에게 서면보고했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