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경제살리기에 본격 나섰다.

그린스펀 의장은 경기 부양을 위해 부시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중인 감세안을 지지하고 추가 금리인하도 강력히 시사했다.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행정부와 손잡고 전방위적인 정책수단을 동원,최악의 사태를 막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감세안 지지=감세안에 회의적이었던 그린스펀 의장이 25일 감세안 지지로 입장을 급선회한 것은 무엇보다 미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이날 증언에서 "미 경제성장률이 제로 상태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가 비상상황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린스펀은 재정흑자폭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나타나자 감세안 지지로 방향을 선회한 것 같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최근 미 의회 예산사무국은 향후 10년간 재정흑자 규모가 5조7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지난주 클린턴 전 행정부가 예상치를 당초 4조6천억달러에서 상향조정한 5조달러보다도 크게 늘어난 수준이다.

이르면 6∼7년안에 정부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그린스펀은 세금을 줄여도 빚상환 일정에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감세안을 지지하게 된 것이다.

행정부와의 정책조화도 입장선회의 배경으로 꼽힌다.

재정정책을 관장하는 재무부와 정책협조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자칫 경제운영을 그르칠 수 있다.

이 점을 우려해 그린스펀이 부시 행정부로부터 국채상환에 대한 확약을 받고 감세안을 지지하는 타협안을 택했을 것이라고 월가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추가 금리인하=월가에서는 FRB가 오는 30∼31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추가로 0.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린스펀 의장이 금리인하와 관련,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했지만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고 미 경제가 제로 성장으로 추락했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주요 인플레지수인 고용비용지수(ECI)상승률이 작년 4·4분기중 0.8%에 그친 것도 대폭 인하쪽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당초 예상치(1.1%)는 물론 전분기(0.9%)보다 낮아져 인플레 우려를 크게 덜어줬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빌 더들리는 "그린스펀이 경기침체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며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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