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 출신의 ''민주화 여걸''이 필리핀 재건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20일 취임함으로써 필리핀에 대한 관심의 초점은 ''민주화''에서 ''개혁의 성패''로 바뀌었다.

아로요 대통령은 여론을 주도해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의 하야를 이끌어낸 ''피플파워''의 영웅.

그러나 응집력있는 내각을 구성해 힘있는 대통령으로 경제 및 정치개혁을 성공시키지 못할 경우 이런 인기는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반(反)에스트라다 세력은 기업인,노동 및 종교계,좌파그룹 등 다양하다.

지금까지는 ''에스트라다 하야''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기에 이들의 힘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개혁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른 이들을 어떻게 응집시킬지가 난제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국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대통령에 올랐지만 결국 개혁에 실패한 것도 내분 때문이었다.

아로요 대통령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경제회생.

지난해 10월 에스트라다 뇌물사태가 터진 이후 정국혼란이 계속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탈(脫)필리핀''이 가속화됐다.

중앙은행은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수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페소화 부양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달러화에 대한 페소화 환율은 지난 17일 달러당 55.75로 사상 최고치(페소화 가치로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에스트라다 하야가 확실해진 19일 페소화 환율은 47.50페소로 안정됐고 주가 역시 1.02% 오른 1452.93으로 회복됐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S&P 등 세계적인 신용기관들은 아로요 대통령 취임에도 불구하고 필리핀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정권이양이 반드시 경제신뢰 회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경제전문가''라는 아로요 대통령의 배경에 희망을 걸고 있다.

필리핀 국립대학의 경제학박사 출신인 아로요 대통령은 필리핀의 WTO 가입을 적극 추진했으며 외국 기업들의 경제활동 보장을 주창하는 경제개방주의자.

이 때문에 기업인들로부터는 높은 지지를 얻었으나 농민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를 의식한듯 취임 일성으로 "2004년까지 전체 국민의 30~40%에 달하는 빈곤층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하는 등 빈곤문제 해결이 국내정치의 최우선과제 중 하나임을 시사했다.

과연 아로요는 ''민주화 여걸''에 그치지 않고 ''경제개혁의 영웅''으로 변신하는데 성공,''청출어람(靑出於藍)''의 진면목을 보여줄지 관심거리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