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마노 < 도쿄中企투자육성 사장 > ]

비트 밸리에는 밤을 낮 삼아 일하는 인터넷 벤처들만 있는게 아니다.

벤처들의 돈줄 역할을 맡고 있는 벤처 캐피털들도 ''수요자''를 찾아 하나 둘 시부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일본정부가 지난 63년 설립한 도쿄중소기업투자육성은 98년 시부야에 신사옥을 완공하면서 일찌감치 비트 밸리에 입성, 공적 기관이면서도 민간 벤처 캐피털들보다도 인터넷 벤처들과 더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을 맞춰 오고 있다.

"투자대상을 인터넷기업에만 한정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사업전망을 꼼꼼히 따져 지원하다 보니 인터넷 벤처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구마노 히데아키(63) 사장은 인터넷 벤처에 대해 무조건 호감을 가지는건 아니지만 젊은 기업인들의 일에 대한 열정 스피드 센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말한다.

일본정부가 중소기업 투자육성을 위해 설립한 이 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일본기업은 지금까지 1천2백여개사.

오사카와 나고야에 있는 2개 중소기업투자육성회사가 수혈해 준 기업들까지 포함하면 총 3천개사에 이르며 이중 8백여개사가 아직 이들 3개 중기투자육성회사와 투자관계를 맺고 있다.

"일본의 벤처 붐은 전후 50년 이상 계속돼온 일본경제의 제도적 피로를 씻어내고 불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일으키지 않으면 안된다는 국민적 인식이 그 배경에 깔려 있습니다"

비트 밸리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에 퍼지고 있는 벤처 열기의 원인을 이렇게 진단한 그는 기업들의 아웃소싱과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 역시 인터넷 벤처 부흥과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매스컴과 사회 각 부문이 너무 인터넷 벤처에만 과도한 기대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일본인은 배가 오른쪽으로 쏠리면 왼쪽으로 가지 않고 너도 나도 오른쪽으로만 몰리는 기질을 갖고 있다"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한국경제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에너지가 놀랍다는 그는 "일본에 현지법인이나 합작법인을 설립한 한국벤처들이 요청할 경우, 사업전망이 좋으면 투자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마노 사장은 60년 도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직후 통산성에서 엘리트 관료의 첫걸음을 시작했다.

무역국장(88년) 산업정책국장(92년) 사무차관(93년) 등 요직을 거친 후 98년부터 도쿄중소기업투자육성 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