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후보가 패배를 인정키로 한 것은 무엇보다 대선혼란으로 인한 국력소모를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측근들의 잇따른 판결 승복 요구도 고어의 결단을 앞당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에드 렌들 의장은 12일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 "이제 그(고어)는 행동해야 하며 이를 받아들여여 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토리첼리 민주당 상원의원도 대권 경쟁은 결론이 났다며 "부시 후보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될 것이며 고어는 이번 판결을 정중히 수용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해 고어의 용단을 촉구했다.

여기에 한달이상 끌어온 대선혼란으로 악화된 미국민들의 여론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더 이상 버틸경우 선거패배에다 리더십 상실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그의 결심을 이끌어 냈다는 지적이다.

깨끗하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4년뒤의 대권도전에 "플러스 점수"를 받기 위한 계산도 작용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