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대법원의 수작업 재개표 위헌판결로 미국 대선드라마는 사실상 막을 내렸지만 부시 후보의 백악관 입성에는 ''선거인단 투표''라는 또 하나의 고비가 버티고 있다.

이 관문만 통과하면 나머지는 백악관 주인이 되는 의례적 절차에 불과하다.

오는 18일 실시되는 선거인단 투표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미국 대통령선거가 사상 유례없는 혼전과 분열양상을 띠고 법원판결이 승패를 가르면서 선거인단의 ''표심'',특히 25명의 플로리다 선거인단의 마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부시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플로리다주를 포함,모두 2백71명으로 고어(2백67명) 후보에 비해 불과 4명 앞서 있다.

공화당측 선거인단중에서 3명만 마음을 바꾸면 고어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한다.

특히 이번 대선은 고어가 전체유권자 지지율이 높다는 점,엇갈린 법원판결이 대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역대 어느 대선보다 ''선거인단 반란표''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플로리다주의 공화당측 선거인단 가운데 격화된 당파주의에 반발하고 있는 3명이 ''요주의 인물''로 분류돼 당내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미국대선에서 반란 사례는 12건에 달하지만 당선자의 운명을 바꾸지는 못했다.

현재 미국 50개 주 가운데 24개 주는 선거인단 투표에서의 ''자유선택''을 허용하고 있다.

선택을 규제하고 있는 주들도 대부분 ''반란 선거인단''에 대해 벌금부과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하고 있어 선거인단이 뜻만 있으면 언제든 다른 후보를 선택할 수 있다.

마리오 쿠오모 전 뉴욕지사도 지난 10일 CNN방송의 시사대담프로 ''레이트 에디션''에 출연,"플로리다주에 걸린 선거인단 25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이번 선거가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선거인단 반란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들고 나왔다.

공화당측은 반란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선거인단의 진정한 표심은 뚜껑이 열리기까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