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를 호령하는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몸값은 얼마나 될까.

현재 급여명세서에 찍히는 연봉액수는 14만1천5백달러(약 1억6천8백만원).

아이비리그대학 MBA출신 초임자의 연봉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미국 장기호황의 1등공신인 ''경제대통령''이라는 위상을 감안하면 대우가 말이 아닌 셈이다.

이 때문에 미국 상원은 7일 그린스펀 의장의 연봉을 15만7천달러(약 1억8천7백만원)로 11% 인상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FRB 이사들의 연봉도 14만1천달러로 7% 올렸다.

그렇지만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미 금융업계 임원들의 연봉에 비하면 여전히 턱없이 낮다.

또 제임스 울펜손 세계은행 총재나 호르스트 쾰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같은 국제금융기구 수장들이 받는 연봉(36만달러 가량)의 절반도 안된다.

물론 FRB 의장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리다.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미국의 통화정책 결정권자라는 명예를 얻기 때문이다.

미 의회가 그린스펀 의장의 연봉을 인상한 이유는 ''최고의 이코노미스트''에 걸맞은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나치게 박한 봉급으로는 연방은행에 뛰어난 인재들을 끌어오기 어렵다는 현실적 인식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번 연봉인상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없지 않다.

처우개선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기가 문제라는 것.

공화당이 우세한 의회가 서둘러 관련법안을 통과시킨 데는 차기대통령으로 유력한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우호적인 통화정책을 펴주기를 바라는 ''불순한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지적이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