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제''를 기치로 10년간 쉴새없이 달려온 미국경제의 ''연착륙''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경제성장률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는데다 주가는 연중 최저치 근처를 맴돌고 있다.

월간 무역적자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기 일쑤다.

기업 수익은 계속 줄어들고 금융권의 부실채권은 늘고 있다.

금융시장은 얼어붙기 시작했고 신경제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반기중 5%대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하반기에는 2%대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지난 9월 무역적자는 3백42억6천만달러로 또 다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올들어 30%이상 하락,3,000선 아래로 침몰한 나스닥주가지수는 2,000선에서 머물고 있으며 다우지수도 끊임없이 10,000선 붕괴 위협을 받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올들어 8%이상 빠져 지난 81년이후 최악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 상황도 심각하다.

회사채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수익률은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중간수준인 ''BBB''등급의 회사채 수익률이 현재 연 13.3%로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가 도산하던 지난 98년의 10.3%보다도 3%포인트나 높다.

은행들의 대출도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내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최근 부실채권 증가로 4·4분기 손실이 전분기의 4억3천5백만달러에서 두배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하자 은행주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이 여파로 은행들은 대출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미국경제의 모습이 이처럼 급속도로 나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소위 ''3E''로 불리는 세 가지 악재,고유가(Energy) 저유로(Euro) 기업수익(Earnings) 악화가 주요 원인이다.

고유가는 기업의 원가부담을 높였고 저유로는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 및 수입증가를 초래,무역적자 확대와 기업수익 악화를 가져왔다.

미국경제의 미래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 또 다른 장본인은 혼미한 대통령선거.

3주 가까이 계속되는 대선 후유증은 특히 금융시장에 심리적인 불안감을 급속도로 확산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에서는 지난 90년대초 부실채권으로 무수한 은행들이 실질적인 파산상태에 직면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신용경색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견해도 있다.

무디스의 이코노미스트 존 푸칼라는 "부실대출이 늘고 있지만 은행들이 이미 이같은 신용위기에 대비해온 만큼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한다.

세계경제를 사실상 좌지우지해온 미국경제가 과연 땅에 사뿐히 내려앉을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