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의 당락싸움이 한계선을 뛰어넘어 끝없이 치닫고 있다.

민주당의 앨 고어측 변호인은 23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카운티의 최종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고어측은 추수감사절 연휴가 끝나고 플로리다주의 수작업재검표 결과가 나오는 27일 이같은 내용의 소송을 공식 제기할 방침이다.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측도 고어쪽으로 승세가 기울어지면 공화당이 우세한 플로리다주및 연방하원의 법적권한을 동원, 승리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 재검표 중간상황 =브로워드와 팜비치 등 2개 카운티 수검표결과 고어는 2백11표(고어 추가표에서 부시 추가표를 뺀 순증가분)를 추가했다.

이로써 부시와의 격차를 9백30표에서 7백19표로 줄였다.

이 2개 카운티는 수검표를 완료했지만 무효표로 처리할지, 유효표로 집계에 포함시킬지 결정못한 ''판정유보''표를 총 1만2천여표 남겨뒀다.

이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천공자국(보조개)표가 관건이다.

양 카운티는 ''유권자의 투표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면 구멍이 완전히 뚫리지 않아도 유효표로 인정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렇다고 천공자국표를 모두 인정해 주는 것은 아니다.

구멍이 뚫린 패턴, 투표성향 등 각 표마다의 상황에 맞게 유효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중 대부분을 유효표로 인정한다면 고어가 부시를 역전할 가능성이 있다.

◆ 배수진을 친 두 후보 =수검표로 대선싸움을 마무리짓겠다던 고어측은 "마이애미데이드 개표결과에 승복하지 않겠다"며 결사항전의 태도로 돌변했다.

팜비치, 브로워드 등 2개 카운티의 수검표에서도 부시를 역전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보험성'' 발언이다.

플로리다주 대법원은 앞서 "마이애미데이드는 자체 결정대로 수검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이 지역은 20% 개표만으로도 고어에게 1백57표를 추가해 줬던 효자 카운티.

부시의 박빙승리로 결판날 경우 마이애미데이드는 다시 승패를 뒤집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겠다는 태도는 부시쪽도 마찬가지다.

부시는 공화당계 판사가 압도적인 연방대법원에 수검표 인정판결 무효소송을 낸데 이어 입법부까지 동원할 태세다.

공화당 출신의 플로리다주 및 연방하원 지도부는 선거절차의 부당성을 들어 부시의 승리를 선언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중이다.

부시가 하원까지 동원해 승리를 선언하고, 고어는 개표결과에 불복해 장기소송전에 돌입할 경우 미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 전망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