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공자국 대 우편소인(消印)''

이 두 단어가 차기 미국대통령을 결정할 키워드로 떠올랐다.

기표부분에 구멍이 뚫리지는 않았지만 펀치로 누른 자국이 난 ''천공자국(일명 보조개)표''를 유효표로 인정해 달라는 게 민주당측의 주장이다.

반면 공화당측은 우편소인이 찍히지 않아 무효 처리된 해외부재자 표를 집계에 포함시켜 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 후보가 여기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어느 쪽을 인정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뒤집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천공자국표를 인정해 줄 경우를 보자.

20% 정도 수(手)검표가 이뤄진 21일 오후 6시 현재(이하 현지시간) 팜비치카운티에서는 총 8백17개의 천공자국표가 나왔다.

이 가운데 5백57표는 고어,2백60표는 부시 표다.

이 표가 인정된다면 고어 표에서 부시 표를 뺀 2백97표를 고어측이 추가 득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팜비치 순회법원은 이와관련,22일 천공자국표 인정여부에 대한 판결을 내린다.

주 대법원에 천공자국표를 인정해야 하는지 판결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브로워드카운티에서도 2천여개의 표가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표만 인정되면 고어가 4백∼6백표를 더 얻을 수 있다고 선거관계자들은 추산한다.

팜비치,브로워드 2개 카운티의 천공자국표에서 총 7백∼1천5백여표를 고어가 더 얻을 수 있다는 게 공화·민주 양당관계자의 공통된 예측이다.

수검표 중간집계에서 부시와 고어의 득표 차가 8백31표로 줄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어의 역전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수검표가 진행중인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는 천공자국표를 일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소인 없는 해외부재자표를 인정해 줄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우편소인이 없어 무효처리된 표는 수백표에 달한다.

이 가운데는 부시 표가 압도적으로 많다.

소인 없는 부재자표만 인정되면 부시는 ''당선 굳히기''로 대선싸움을 끝낼 수 있다.

이와관련,공화당 관계자는 "수검표 인정 판결이 나오면 부시측에서도 소인 없는 부재자표를 인정해 달라는 소송을 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법정 결투''를 한번 더 해야 양측의 승패가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