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함을 잃어버린 정신없는 선관위 직원,선거가 끝난 지 이틀후 봉합이 뜯어진 채 발견된 투표함들,선거당국으로부터 투표권행사를 ''거부''당한 흑인 유권자들.

부정선거 의혹으로 13일(한국시간)부터 수작업 재검표에 들어간 미국 플로리다주 볼루시아카운티에서 벌어진 사건들이다.

선거일인 지난 7일 밤 10시 볼루시아의 유권자인 카넨바움은 선관위로부터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2만1천표 차로 공화당의 조지 부시 후보를 앞서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30분 뒤 볼루시아카운티 홈페이지에 접속한 카넨바움은 자기 눈을 의심했다.

고어의 득표가 1만6천표 줄어든 반면 이름도 모르는 사회당후보는 1만표나 얻었기 때문이다.

선거일 다음날인 8일 새벽에는 지역 경찰들이 달밤에 투표함을 찾아 헤매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카운티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한 명이 투표함 두 개를 잃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선거가 끝난 뒤 이틀이나 지난 10일 선거본부에서는 봉합도 되지 않은 투표함이 한 개 발견됐다.

곧이어 봉합이 뜯어진 투표함,투표용지가 쏟아져 나온 채 선반 위에 방치된 투표함이 각각 한 개씩 나왔다.

이런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한 선거본부 밖에서는 투표를 거부당했다는 흑인대학생들이 항의하고 있었다.

볼루시아에서는 지난 96년 지방경찰 선거때도 약 1천개의 투표지가 사라지고 사인펜으로 표시된 불법 부재자 투표지가 나오는 ''후진국형''선거사고가 발생했다.

미국의 유력지인 워싱턴 포스트는 ''비극적인 코미디(Tragicomedy)''라는 제목아래 이같은 볼루시아 선거소동을 보도하면서 "적당주의,선거예산 부족,훈련미숙 등 구조적인 문제가 빚어낸 총체적 혼란"이라고 꼬집었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