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승자를 점치기 어려운 올해 미국 대선은 존 F 케네디(민주당)와 리처드 닉슨(공화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쳤던 지난 60년의 대선과 여러가지 면에서 흡사하다.

당시 현직 부통령으로 출마한 닉슨과 상원의원 출신의 케네디가 맞붙은 60년 대선은 전국 지지율에서 0.2%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당시 케네디는 전체투표 6천8백83만8천9백79표중 닉슨보다 11만2천8백3표를 더 획득했다.

당시 두 후보간의 치열한 접전으로 투표 다음날 아침 6시가 돼서야 케네디의 선거인단 과반수 확보가 확인됐으며 정오께야 닉슨이 패배를 시인했다.

그러나 닉슨은 당시 "승리를 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하와이주에서 첫 개표결과는 닉슨이 1백41표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재검표 결과 케네디가 1백15표 더 많은 것으로 번복됐다.

정황상 충분히 2차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를 최종적으로 마치기 위해선 6개월 정도가 더 걸릴 것이고 이 경우 역사에 "치사한 패배자"로 낙인찍힐 것을 우려, 케네디의 승리를 인정했던 것이다.

결국 케네디는 이런 상황끝에 3백3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닉슨(2백19명)을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공화당 행정부의 부통령 닉슨과 카리스마를 내세운 케네디의 대결구도도 당만 바뀌었을 뿐 민주당 행정부의 부통령 고어와 개인적 카리스마를 앞세운 부시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장기적인 경제 호황에도 불구하고 부통령 출신 후보가 선거에서 이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도 같은 상황이다.

또 초반 다소 열세를 보였던 케네디가 대선후보 토론회를 계기로 막판 지지율을 대등하게 끌어올린 점도 이번 대선과 비슷한 점이다.

두 후보는 각기 전당대회를 마친뒤 전국 여론조사에서 47%씩 동률을 기록하는 등 막판까지 치열한 각축전을 벌였다.

이번 대선에서 고어와 부시가 선거직전까지 엎치락 뒤치락 혼전을 보인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러나 60년 대선 때 투표했던 노년층들은 올해의 대선이 당시와는 비교할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당시 63%에 달한 투표율은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내는 것으로 50% 안팎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는 이번 투표율과는 비교가 안되는 것"이라며 후보들의 매력도 당시 수준에는 훨씬 못미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