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가 승리해도 악몽의 시작일 뿐이다''

혼미를 거듭하고 있는 미 대선에서 조지 부시 공화당후보가 재검표를 통해 당선되더라도 오히려 불행을 초래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온갖 의혹속에 불합리한 18세기식 선거제도가 가져다주는 승리는 악몽의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취임 첫날부터 레임덕(권력누수)에 시달릴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부시는 용퇴하는 편이 낫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뉴욕타임스는 9일 사설을 통해 "부시는 플로리다에서 이겨 대통령이 돼도 고생"이라며 "전체 지지율에서 앨 고어에게 뒤진 그는 현대사에서 가장 허약한 권력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플로리다주 선거의 불공정 시비가 이어질 경우 그나마 부시가 확보한 정통성마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또 부시 취임 후 금리가 오르거나 재정흑자가 줄어드는 등 예기치 못한 악재에 맞닥뜨릴 경우 비난의 화살은 부시에게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클린턴 행정부가 재임시절 8년간 일궈낸 ''신경제의 호황''과 대비되면서 ''죄인'' 취급을 받기 쉽다는 것이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대통령 권력의 구조적 불안정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예컨대 미국에서 가장 큰 주중 하나인 뉴욕주와 텍사스주의 경우 각각 고어와 부시의 아성으로 선거인단 투표가 좌우되는 선거에서 양측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

이는 어차피 선거인단을 차지할 수 없다면 그 지역의 민심은 잡을 필요가 없다는 식의 선거전략 때문이다.

이는 부시에게 적지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전망했다.

더타임스는 차라리 부시가 오는 12월 선거인단 최종투표에서 자신이 확보한 선거인단 일부로 하여금 고어를 지지하도록 해 사실상 용퇴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한편 승리가 악몽인 부시와 달리 고어는 이번 선거에서 패하더라도 상당수 국민으로부터 ''사실상 승자''로 여겨지면서 차기대권을 보장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지난 1824년 앤드루 잭슨은 국민총투표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과반수 확보에 실패, 존 퀸시 애덤스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줬지만 다음 선거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또 1888년 그로버 클리블런드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벤저민 해리슨에게 패배했지만 4년 뒤 결국 승리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