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호황기의 여당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된다"

미국 대선을 둘러싼 각종 법칙중 가장 애용되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경제약발이 안 먹혔다.

이처럼 그동안 통용됐던 "선거법칙" 대부분이 이번 선거에서는 빛을 잃었다.

미국최대의 전국지인 유에스에이 투데이는 8일 이번 대선에선 과거의 상식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역대 선거에서 진리로 통했던 법칙들이 수정될 운명에 놓였다며 올 대선의 교훈을 10가지로 정리했다.

◆경제만으론 안된다=경제가 선거결과를 좌우했다면 역사상 최장 경제호황기의 현직 부통령인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패하는 일은 없어야 했다.

민주지도자회의(DLC)의 앨 프롬 회장은 "너무 오랫동안 경제가 좋아 국민들이 경제번영을 당연시한 것"이 법칙파괴의 원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개인품성도 중요하다=이번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정책보다 개인적 품성에 더 비중을 둔 듯했다.

공화당 컨설턴트인 스콧 리드는 부동층의 후보 선택기준이 "앞으로 4년간 자신들의 거실에 초청하고 싶은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부시가 선전했던 이유다.

◆선거는 역시 돈잔치=올 선거비용은 사상 최대인 30억달러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부시가 예비선거기간에 1억달러 이상을 모았고 민주당은 5월24일 단 한번 모금행사로 2천6백50만달러를 거둬들였다.

그러나 한쪽이 수백만달러를 쓰면 상대방도 수백만달러를 써 효과는 상쇄됐다.

◆전화위력은 여전하다=인터넷은 선거본부가 기자 및 지지자들과 통신하는 수단이었고 5천만달러의 정치헌금도 모으는 공헌을 했다.

그러나 부동층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후보들과 이익단체가 올해 폭발적으로 사용한 것은 ''전화''였다.

◆TV토론은 조심해야=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부시를 앞서가던 고어는 TV토론 실시 이후 부시에게 역전당하기 시작했다.

최종토론후 고어는 한번도 리드하지 못했다.

토론 이후 부시는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지적인 인물로 평가된 반면 고어는 너무 ''잘난체''하는 인물로 비쳐져 일부 시청자의 반감을 샀다.

◆사회보장에 신경써라=부시나 고어 모두 노후보장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사회보장세의 일부를 민영화하겠다는 부시의 공약은 50세 미만으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얻었다.

◆남녀 지지성향이 다르다=여성들은 고어를 54% 대 43%로 지지한 반면 남성들은 부시를 52% 대 43%로 선호했다.

이런 성별 지지도차는 72년 첫 출구조사 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러닝메이트 경시말라=고어와 부시는 자신의 취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러닝메이트를 지명하는 새로운 접근방식을 썼다.

부시는 경험미숙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전국방장관 딕 체니를,고어는 성추문사건의 장본인인 클린턴의 도덕성을 질타하면서도 민주당정책을 지지할 수 있는 유대계 조지프 리버맨 연방상원의원을 택했다.

출구조사결과 체니는 48%,리버맨은 46%의 지지를 받았다.

◆우리 주(州)라는 고정관념을 버려라=재개표에 들어간 플로리다는 부시의 친동생이 주지사로 있고 공화당 텃밭으로 여겨온 주다.

그러나 득표율차는 미미하다.

지역적 차이와 성향,과거 투표패턴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클린턴변수 컸다=고어진영은 클린턴의 지원유세를 캘리포니아에 국한시켰지만 출구조사결과 투표자 4명중 1명 이상이 클린턴 때문에 투표했다고 답했다.

이중 절반은 부시를,절반은 고어를 찍었다.

클린턴은 92년과 96년 연임에 성공하고 경제를 발전시킨 대통령으로,또 스캔들 대통령으로 존경과 비난을 동시에 받은 것이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