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대선이 사상 유례없는 대접전을 보이면서 CNN등 미국언론들은 양 후보의 득표현황을 고무줄처럼 줄였다 늘였다 해가며 종일 우왕좌왕했다.

대통령 당선자를 발표했다가 번복하고,재검표가 진행되는 와중에 급기야 선거가 잘못됐다는 소송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혼란에 빠진 독자들의 문의전화가 9일 아침 일찍부터 본사에 빗발쳤다.

질문은 제각각이었지만 의아해 하는 점은 똑같았다.

"미국같은 나라에서,그것도 21세기에,어떻게 이런 일이…"

미국의 이런 ''이상한 대선''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 버금가는 대접전은 과거에도 두번 정도 있었다.

첫번째는 지난 1948년 민주당의 해리 트루먼과 공화당의 토머스 듀이 후보간 선거전이었다.

''듀이의 우세''란 여론조사 결과만 믿었던 미국 언론들은 성급한 마음에 개표결과를 신중히 지켜 보지도 않은채 듀이의 승리를 전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선거일인 11월 2일 저녁.시카고 트리뷴지는 ''듀이,트루먼 물리치고 승리''라는 제목을 1면 머리기사에 달았다.

그러나 결과는 트루먼의 압승이었다.

52년만인 지난 7일.시카고 트리뷴지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부시 승리''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낸 것이다.

역시 대접전이었던 지난 60년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과 민주당의 존 F 케네디간 선거전에서도 ''시카고''가 문제였다.

당시 시카고 시장은 민주당원인 리처드 데일리였다.

그는 온 행정력을 동원해 케네디를 지원했다.

일부 미국인들은 당시 부정이 있었다고 아직도 믿고 있다.

전 상무장관이자 현재 민주당 고어 후보의 선거본부장을 맡고 있는 윌리엄 데일리는 당시 시카고 시장인 데일리의 아들이다.

아버지는 부정선거란 의혹을 받는쪽이었지만 그 아들은 40년후,패자의 선거본부장으로 선거가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입장이 됐다.

경쟁자인 공화당 부시 후보의 동생이 문제의 플로리다 주지사를 맡고 있단 점까지 고려하면 정말 역사의 아이러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말은 21세기 초강대국인 미국에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노혜령 국제부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