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선 사상 초유의 대접전이 결국 소송전으로까지 비화됐다.

플로리다의 팜비치카운티 유권자 3명은 8일 "잘못된 투표용지탓에 원치않은 후보를 찍었다"며 팜비치카운티 순회법정에 재투표를 요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앨 고어 후보에게 표를 던지려고 했는데 실수로 팻 뷰캐넌 후보를 찍었다"며 "투표자들이 혼동하도록 만들어진 투표용지 때문에 이런 실수가 빚어졌다"고 주장했다.

◆ 문제의 투표용지에 따른 역전여부 =팜비치카운티는 한국으로 치면 군(郡)에 해당한다.

이 지역 등록유권자는 65만6천명이다.

이중 투표용지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지지후보자를 혼동해 후보를 잘못 찍었다는 소수의 유권자들이 부시와 고어의 운명을 뒤바꿀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수는 없다.

1차 개표결과 이 카운티 유권자중 26만8천9백45명이 고어, 15만2천8백46명이 부시에게 표를 던졌다.

반면 뷰캐넌이 얻은 표는 3천4백7표였다.

그러나 플로리다주에서 부시와 고어의 표차가 1천8백표 미만이란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을 뒤바꾸기에는 충분한 숫자다.

더욱이 팜비치카운티에서 뷰캐넌이 얻은 3천4백여표는 인근 지역과 비교하면 턱없이 많은 숫자라는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바로 남쪽에 붙어 있는 브로워다카운티에서는 뷰캐넌의 표가 7백89표,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에서는 5백61표가 나왔다.

팜비치는 민주당의 텃밭이다.

인근 지역 수준의 뷰캐넌 지지율을 팜비치에 적용하면 아무리 많아도 8백표 이상 나오기 힘들다.

나머지는 제소자들의 주장대로 투표용지의 혼동 때문에 고어를 찍으려다 뷰캐넌을 찍은 거라면 추가로 2천6백여표가 고어쪽에 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백악관주인은 고어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산술적으로 승패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법률적으로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팜비치의 투표용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설계된 데다 이번 해프닝이 고의적인 부정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재선거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라는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최종 판결권은 법원이 쥐고 있는 만큼 소송상황에 따라 재선거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수 없다.

◆ 당선확정과 취임일정은 =소송이 진행되더라도 플로리다선거당국의 재검표 결과 발표는 소송과 관계없이 유효하다.

그러나 공식적인 당선자가 발표되자면 재검표결과에 대한 인증절차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

이 기간이 약 일주일이다.

양 후보간 득표격차가 1천표 이하라면 해외부재자 투표까지 개표해야 결론이 날 수 있다.

해외부재자 투표의 개표까지 마치자면 열흘정도 걸린다.

문제는 ''소송변수''다.

재검표 결과 양 후보간 표차가 2천5백여표 이하이고 소송이 진행중인 데도 당선자를 공식 발표할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법적으로는 소송과 상관없이 당선자 공식발표는 유효하다.

일단 새 대통령 발표및 취임 일정은 그대로 진행된다.

최악의 경우 내년 1월20일 새 대통령이 취임한 뒤 ''팜비치카운티 재선거'' 판결이 나오면 그때가서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한다.

대법원 판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수개월이지만 이번 소송의 경우 초고속 재판과정을 밟아 내년 1월 대통령취임 이전에 소송을 마무리 지을 것이란게 법조계의 예상이다.

◆ 해외부재자표 영향은 =플로리다주의 해외부재자 투표수는 2천∼3천표로 추산되고 있다.

지난 96년 대선때 해외부재자 투표가 2천3백표에 달했던 점에 근거한 숫자다.

해외부재자들은 대개 공화당 성향이 짙은 군인들이다.

지난 96년 선거때는 54%가 공화당의 밥 돌 후보를 찍었다.

따라서 재검표에서 고어가 불과 ''몇백표차''로 진다고 해도 해외부재자들의 몰표를 받아 고어가 상황을 역전시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