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대 미국대통령 선거 개표상황은 미 역사상 최대의 접전이었다.

10여차례나 선두가 뒤바뀌는 숨막히는 드라마가 연출됐다.

게다가 이번 대선의 마지막 승부처 플로리다주에서는 사상 유례없이 재검표까지 이뤄지는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7일 오후6시(한국시간 8일 오전8시)부터 발표된 첫 출구조사에서 부시진영은 켄터키와 인디애나주에서 손쉽게 이겨 산뜻하게 출발했다.

오후 7시45분에 나온 2차 발표에서는 부시 후보가 조지아 버지니아 사우스 캐롤라이나를 확보, 버몬트에서만 이긴 고어 후보를 선거인단수에서 54대 3으로 앞서갔다.

그러나 오후 7시54분께 경합으로 분류되던 플로리다의 출구조사 결과가 고어의 승리로 발표되면서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8시께부터 발표된 동부와 남부 주요 주들의 출구조사에서 고어가 미시간(18명) 일리노이(22명) 펜실베이니아(23명) 등 대형주에서 승리하면서 부시에 1백92대 1백85로 첫 역전에 성공했다.

그러나 곧바로 대혼란이 벌어졌다.

플로리다를 고어 승리로 발표한 CNN ABC NBC 등 주요 방송들은 오후 10시쯤 플로리다주를 다시 경합지역으로 번복했기 때문이었다.

1백92명이었던 고어의 선거인단수는 곧바로 1백67명으로 떨어졌고 부시에 역전을 허용했다.

8일 새벽 2시(한국시간 8일 오후 4시)쯤 접전지역이었던 아이오와(선거인단 7명)가 고어의 승리로 나타나면서 고어가 선거인단수에서 다시 2백49대 2백46으로 부시를 추월했다.

이때까지 당선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주는 플로리다 오리건 위스콘신 등 3개주.

25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된 플로리다주의 개표결과에 따라 두 후보의 당락이 결정되는 상황이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미 전역을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새벽 2시30분(한국시간 오후4시30분)께 미 방송사들은 갑작스럽게 부시의 대선 승리를 일제히 보도했다.

부시 후보가 9백여표의 근소한 차로 플로리다주에서 승리, 부시가 43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CNN 등 방송들이 전했다.

패배를 확인한 고어 후보도 부시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선거 승리를 축하했다.

부시의 승리는 그러나 10분도 못갔다.

미 언론들은 다시 부시 후보의 차기 대통령 당선보도를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이 바람에 CNN방송 등은 시청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았다.

고어도 새벽 3시30분(한국시간 오후 5시30분)께 다시 부시에게 전화를 걸어 패배 인정을 취소했다.

플로리다주 법에 따르면 대통령선거에서 후보간의 득표수 차이가 총투표수의 0.5% 미만일 경우 자동적으로 재검표를 하도록 돼 있다.

미 언론들은 두 후보의 득표수 발표에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등 끝까지 혼선을 빚었다.

CNN방송은 한때 해외부재자를 제외하고 마간된 최종개표결과 부시는 2백90만5천3백90표를 얻어 2백90만4천4백3표를 얻은 고어 후보를 9백87표 차이로 따돌렸다고 전했다.

반면 AP통신은 플로리다주 1차 개표결과 부시 후보가 2백90만9천1백99표를 얻어 고어 후보보다 1천6백55표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언론들조차 갈피를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했던 이번 ''플로리다 혈전''의 승자는 2천3백여표로 추산되는 해외부재자 투표결과로 판가름나게 됐다.

최종집계하는 데는 열흘 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최종 당선자 확정도 그만큼 늦어지게 됐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