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월가에선 "앞으로 3~5개 초대형 금융기관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살벌한" 관측이 돌고 있다.

월가 금융기관들간 인수.합병(M&A) 바람이 거세지고 있는게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투자은행과 투자은행, 투자은행과 보험사 등이 합쳐 몸집을 불리고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M&A의 최종 목적지는 경쟁력 확보를 통한 생존.

미국 금융기관들 사이의 M&A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불꽃처럼 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집계에 따르면 86~99년동안 은행 등 금융기관의 M&A 건수는 연평균 5백64건.

지난 60~70년대의 연평균 1백30~1백40건과 비교하면 4~5배나 급증했다.

올 1.4분기만 해도 1백31건에 달했다.


최근 들어서는 대형 금융기관끼리의 초대형 합병인 ''메가머저(megamergers)''가 월가를 들썩이게 한다.

보험그룹인 트래블러스와 상업은행인 시티코프가 8백25억달러 규모의 합병(시티그룹)에 성공한데 이어 지난 9월13일에는 체이스맨해튼과 JP모건이 3백44억달러 규모의 합병(JP모건체이스)을 발표했다.

이같은 초대형 합병은 더욱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도 단순한 짝짓기 차원이 아닌 ''초대형 금융백화점''의 탄생이 줄을 이을 것으로 월가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이(異)업종 겸업을 엄격히 금지해온 글래스 스티걸법(Glass-Steagal Act) 관련 조항이 최근 폐지됐기 때문이다.

합병을 통해 증권 은행 보험 신용카드 자산운용 등의 자회사를 아우르고 있는 시티그룹은 초대형 금융백화점의 면모를 맨 먼저 갖춘 셈이다.

금융백화점의 대표적인 서비스는 원스톱 금융쇼핑(One-Stop Shopping).

일반 백화점이 모든 상품을 진열해 놓고 서비스하듯 금융백화점은 과거 증권 은행 보험사 등에서 따로따로 취급하던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한데 모아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시티그룹의 데니스 임 금융컨설턴트는 "고객들의 돈은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금융기관으로 몰리게 돼 있다"며 "그 경쟁력의 기준은 편리성 신뢰성 안전성 수익성 투명성 다양성"이라고 말한다.

금융기관이란 돈의 생리를 좇아 이윤을 내야 하며 이윤을 내 살아남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경쟁력을 갖춘 금융백화점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그는 설명한다.

금융기관들간 활발한 M&A가 공급자 중심의 금융시대에서 ''소비자 중심의 금융시대''로 넘어가는 촉매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머스 호에니그 미국 캔자스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월가에서 금융기관들간에 자발적인 M&A를 통한 대형화와 겸업화가 붐을 이루고 있는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는 정보통신 기술 발전에 따른 신속한 금융정보 처리로 박차가 가해지고 있고 규모의 경제가 중요시되면서 더욱 주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 부실 금융기관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일어났던 지난 80년대의 M&A와 최근의 M&A는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기에다 각국의 금융시장이 글로벌화된 단일시장으로 수렴되고 있어 덩치를 키우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서는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시티그룹의 샌포드 웨일 공동 회장이 ''지속적인 M&A를 통한 이익 창출''을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국내외 경제는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지역 시장 대륙 기업의 구분없이 갈수록 상호 보완적이고 경쟁적인 관계로 흐르고 있다. 개인 기업 기관 정부 등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고객들이 믿을 수 있는 금융자문과 금융상품을 원하고 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로 무장한 금융 인프라와 자본력 안전성 고품질의 상품을 구비하지 못하면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없을 뿐 아니라 살아남을 수도 없다"

시티코프와 트래블러스그룹이 결합을 발표하던 지난 98년 4월6일 웨일 회장이 털어놓은 합병의 변이다.

금융기관들간 M&A의 궁극적인 겨냥점이 ''대형화+겸업화=경쟁력''이라는 계산법에 있음을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월가는 이런 계산법이 월가의 울타리를 넘어 전세계 금융기관의 생존전략으로 점차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특별취재팀 : 한상춘 전문위원, 이학영 차장(국제부), 육동인 특파원(뉴욕), 강은구(영상정보부), 김홍열(증권1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