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첫 대통령을 선출할 미국의 대통령선거가 7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공화당 후보인 조지 부시 텍사스주지사와 민주당 후보인 앨 고어 부통령 사이에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혼전이 계속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민주당의 존 F 케네디와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가 격돌했던 지난 60년이래 40년 만의 최대 접전으로 평가된다.

''장기호황을 구가하는 미국경제와 스타후보의 부재''.

미국 대통령선거를 40년 만의 최대 혼전으로 이끌고 있는 양대 요인이다.

"잘 나가는 경제를 생각하면 집권당인 민주당(고어)을 찍어야겠고,집권 8년 동안 온갖 추문을 일으킨 지긋지긋한 클린턴 대통령을 보면 공화당(부시)으로 바꿔보고 싶고…"

전문가들은 유권자들의 이런 심리가 이번 대선을 막판까지 박빙의 승부전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한마디로 인물도,이슈도 없는 이번 선거판의 특성이 양 후보간 지루한 지지율 줄다리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지율 현황=올들어 지지율은 ''부시(3∼8월 중순)→고어(8월 중순∼9월말)→부시(10월 초∼현재)''순으로 움직였다.

29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부시가 고어를 앞서고 있지만 대부분 근소한 차이여서 어느 후보가 앞서 있다고 단정짓기 어려운 형편이다.

ABC방송·워싱턴포스트와 MSNBC·로이터 등 2개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1%,3%포인트 차로 부시가 우세를 보였다.

그러나 모두 오차범위 안에 있어 사실상 ''무승부''다.

고어는 신뢰성,부시는 지적능력이 최대 약점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 보면 유권자들은 정책과 능력면에서 고어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문제는 고어가 머리는 좋지만 식언을 자주하는 ''재승박덕(才勝薄德)''형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

반면 부시에 대해서는 지적 능력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중동평화 같은 국제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유권자들의 판단이다.

부동층뿐 아니라 표심을 정한 유권자들조차 "투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지지 후보를 정했을 뿐이지 마음에 들어서 지지하는 건 아니다"고 토로하고 있다.

그래서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의 어려움이 "덜 나쁜(less evil) 후보를 골라야 한다는 데 있다"(매사추세츠주의 고교 교사인 존 라이언)고 입을 모은다.

◆전망=랠프 네이더 녹색당 후보가 4%대의 지지를 얻으면서 변수로 떠올랐다.

네이더 후보는 환경정책에서 우위를 보이는 고어의 표를 갉아먹고 있다.

따라서 네이더의 선전여부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부시,고어 양후보간 승부를 판가름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플로리다주 등 양 후보간 백중세가 계속되고 있는 13개주의 향방이 판세를 가늠할 열쇠를 쥐고 있다.

특히 선거인단 수가 많은 플로리다주(25명) 펜실베이니아주(23명) 미시간주(18명) 등이 어느 후보쪽으로 기울지가 최대의 관심사.

부시의 동생 잽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는 부시의 텃밭으로 여겨졌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예상 외로 고어가 리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고어의 고향인 테네시주에서는 부시가 앞서는 등 텃밭에서조차 뺏고 뺏기는 접전이 벌어지고 있다.

결국 10~25%에 달하는 부동층의 표심을 누가 사로잡을지 앞으로 1주일간의 막판 혈전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