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과 합리적 가격으로 일본 소비자들의 자동차값에 대한 상식을 바꿔 놓겠습니다"

현대자동차가 대일(對日) 수출개시를 앞두고 지난 25일 마련한 도쿄의 기자회견장.

김진수 현대자동차재팬 사장이 유창한 일본어로 내년 1월부터 판매할 세가지 차종을 소개하면서 마케팅전략을 설명했다.

10여분간 힘찬 목소리로 일본시장공략의 각오를 밝힌 그는 브랜드 컨셉트를 ''멋과 신뢰''에 맞추고 싼게 비지떡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 보도진의 질문 공세가 시작됐다.

"일본차에 뒤지지 않는 안전성을 갖췄다고 강조했는데 이게 통하겠는가" "딜러는 일본 사업자들인가,외국계도 포함돼 있는가" "합리적인 가격이라면서 왜 판매가격을 밝히지 않는가"

자동차 대국을 자부하는 일본에 한국차가 상륙한다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일본 보도진의 관심은 뜨거웠다.

현대자동차도 송곳같은 질문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매끄럽게 답변했다.

이날 회견은 일본 매스컴을 상대로 한 사실상의 ''현대차 1차 테스트''였다.

세계최강의 제조업 기술력을 자랑하는 일본에서 외국제품은 찬밥 대접을 받기 일쑤다.

일본에서 굴러다니는 외국 자동차는 모두 포드 벤츠 볼보 등 구미 자동차들 뿐이다.

일본보다 기술력과 경제력이 뒤지는 국가의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수입품 검사기준도 매우 까다로워 벤츠는 일본진출 첫 해에 광고비만 수없이 퍼붓고 몇대 팔지도 못했다.

그렇지만 일단 뚫리기만 하면 엄청난 돈과 고객이 기다리고 있는 게 일본시장이다.

1억3천5백만명의 인구와 1천3백60조엔의 금융자산이 이를 뒷받침한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는 일본시장에서 성공해 21세기 톱브랜드 메이커로 발돋움하고 싶습니다"

김 사장은 이렇게 밝혔지만 현대의 시도는 모험이자 도전이다.

한국이 자동차를 만든다는 사실을 택시기사들조차 잘 알지 못한다.

일본국민은 한국이라면 김치와 소주만 떠올리는 게 현실이다.

현대자동차는 한국이 고품질 하이테크제품을 만드는 선진공업국이라는 것을 일본인들에게 일깨워줄 ''의무''와 ''기회''를 안게 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