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가장 높은 월드 트레이드 센터(WTC) 빌딩은 세계 금융의 중심인 월가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있다.

WTC ''빌딩1'' 84층에 있는 LG투자증권 뉴욕 현지법인 사무실.

여러 개의 모니터가 합성된 블룸버그 단말기를 쳐다보면서 전화통을 붙잡고 거래하는 이동훈 차장의 눈이 빛난다.

그가 맡고 있는 업무는 ADR(미국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예탁증서) 차익거래.

서울의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한국기업의 주식(원주)과 이를 근거로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ADR의 가격 차이를 이용한 일종의 선물거래다.

ADR와 원주는 근본적으로 같은 주식.

하지만 서울과 뉴욕의 시장상황에 따라 매일 다른 가격에 거래된다.

따라서 ADR와 원주의 가격이 크게 벌어졌을 때 그 차이를 이용하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두 가격 사이의 상대적인 가치 불균형을 이용하는 거래이므로 가격의 절대적인 수준에는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A기업의 서울에 있는 원주 가격이 주당 1만원이면 이론적으론 뉴욕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ADR도 원화로 환산할 경우 주당 1만원이어야 한다.

하지만 환율과 두 시장의 분위기에 따라 ADR는 주당 1만3천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가격 차이(프리미엄)가 커졌을 때 뉴욕증권거래소에서 ADR를 공매도한 뒤 다음날 서울증권거래소에서 원주를 사면 ''비싼 값에 팔고 싼 값에 사는 격''이 된다.

주식의 절대가격과 상관없이 일시적인 가격 차이에 의해서만 ''3천원''이란 가상(미실현)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시장에서 가격 차이가 줄어들기 전에 다시 ADR를 사고 원주를 파는 반대매매를 하면 가상 수익은 곧 현실의 이익이 된다.

실제 LG는 프로그램매매 형태로 원주와 ADR의 가격 차이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공매도했다가 일정 수준 좁혀지면 자동으로 반대매매하는 방식으로 올들어 고수익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목석균 LG증권 뉴욕법인장은 "지난 9월 말까지의 거래 결과 SK텔레콤을 이용한 거래는 연 55%, 한국전력 연 50.6%, 한국통신은 연 30%의 수익을 냈다"고 말한다.

거의 ''리스크 제로'' 게임인 ADR 차익거래 시장을 개척한 LG증권 뉴욕팀은 고객거래뿐 아니라 스스로 올린 수익도 적지 않다.

고유 자산의 일부인 3백만달러를 이용해 9개월 만에 40%의 수익률인 1백2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현재 뉴욕시장에선 한국전력 한국통신 SK텔레콤 하나로통신 포항종합제철 미래산업 두루넷 등의 한국주식과 ADR가 거래중이고 최근 상장된 주택은행이 거래 채비를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