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력産室 러시아계 이민 ]

텔아비브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알렌비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걷다 보면 주위모습이 갑자기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눈에 익은 히브리어 간판 대신 러시아어로 된 간판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좀 더 주위를 둘러보면 러시아어 간판이 한두군데뿐 아니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양쪽 상점들에 모두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일명 ''러시아 거리''로 진입한 것이다.

러시아 거리는 5백여m에 걸쳐 형성돼 있으며 러시아책만 파는 서점을 비롯 구소련출신 유태인이 운영하는 각종 상점들이 집결해 있다.

비단 이곳 뿐만이 아니다.

텔아비브에는 여러 개의 크고 작은 러시아 거리가 형성돼 있다.

이들 거리의 상점들은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90년 초부터 이스라엘로 대거 이주한 러시아계 유태인들을 상대로 한다.

현재까지 이주한 유태인은 약 80여만명.

이들중 절반 이상은 대학졸업 학력을 가지고 있으며 상당수가 고급과학기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서프커뮤니케이션에서 만난 레오니드 벨로콘씨도 90년대 이스라엘 귀환 붐을 타고 이주한 구소련계 유태인들중 한명이다.

"러시아에서 일할 때는 한달에 1백달러를 받았습니다. 지금은 이 회사에서 그것보다 30∼40배나 높은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94년에 이스라엘로 온 레오니드씨는 우크라이나 키에프 출신으로 키에프 폴리테크닉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구소련권의 유태인 기술인력 이민이 급증하면서 이들의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수석과학관 주도로 91년 기술 인큐베이터(TEIC)를 만들었다.

정부는 인큐베이터 입주기업들에 직원의 50% 이상을 신규 이민자로 고용해야만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구소련 이민자들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배려다.

현재 이스라엘 전역에 26개의 크고 작은 TEIC가 분포하며 약 2천5백명 가량의 과학자, 엔지니어들이 일하고 있다.

이들중 75% 가량은 최근 10년간의 이민자들이다.

리나 프리도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담당자는 "인큐베이터를 졸업한 4백12개의 프로젝트중 2백6개가 목표를 달성했으며 이중 1백61개 프로젝트는 총 금액 1억5천만달러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