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록 북한특사가 미국시간으로 12일 아침 일찍 기분좋은 귀국길에 올랐다.

하지만 예멘에서 공격을 받은 USS콜 구축함 폭파사건, 악화일로의 중동사태, 11월7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 등 굵직한 사건들에 묶여있는 미국언론들은 조 특사 방미를 사각지대로 밀어놓고 있었다.

그렇다고 한반도가 미국 정가의 중심의제에서 완전히 제외됐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11일 저녁 진행된 부시와 고어 후보간의 2차 TV토론회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날 토론 진행자는 고어와 부시에게 "미군이 세계경찰 역할을 해야 하느냐" 여부를 물었다.

미군이 코소보 사태에 개입해 독재자 밀로셰비치를 권좌에서 몰아낸 반면, 60만명이나 학살된 르완다사태에는 개입하지 않은 것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부시는 "우리 군(미군)의 목적은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군대가 필요이상으로 그 활동범위를 ''과도하게 넓혀 잡으면 (overextended)'' 군대의 사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제, 미국이 세계 모든 지역에 일일이 간여하는 ''전방위적 세계경찰''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한반도와 관련, 부시는 "나는 미국이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켜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이는 한반도의 평화뿐 아니라 이 지역의 안정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고 부연했다.

한반도는 유럽 중동 중국 일본과 함께 미국의 주요 전략요충지임을 강조한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는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여론조사대로라면 부시는 차기를 위해 순항하고 있다.

클린턴의 임기는 3개월도 남지 않았다.

클린턴이 평양에 들어가 새로운 미·북관계의 틀을 만들어 내더라도 극동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것이라면 차기 대통령이 이를 물리칠 이유가 없다.

더욱이 김정일 위원장은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에 ''미군역할을 위한 여유공간''은 이미 확보돼 있는 셈이다.

이제 남은 것은 올브라이트, 클린턴,그리고 김정일이 만들어 낼 ''새로운 틀''이다.

워싱턴=양봉진 특파원 www.bjGlob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