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의 자리는 졸업했다고 생각합니다. 창업자로 돌아가겠습니다"

가격파괴의 기수로서 일본 유통업계의 1인자로 군림해온 나카우치 이사오 다이에그룹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10일 오후 다이에그룹의 기자회견장.주식 내부자거래 의혹으로 매스컴과 여론의 표적이 됐던 도바 다다스 다이에 사장과 함께 기자들앞에 선 나카우치 회장은 사과의 말을 쏟아냈다.

이 순간부터 평이사로 ''강등''된 도바 사장은 곁에서 고개를 떨군채 테이블만 응시했다.

나카우치 회장의 퇴임선언은 일본 유통업계는 물론 매스컴에도 충격적이었다.

지난47년 오사카에서 ''구멍가게''로 출발한 다이에를 무적함대로 키운 그가 퇴진이란 극약 처방을 택했기 때문이다.

회장과 사장의 동반퇴진사태는 도바 사장의 주식내부자거래 의혹에서 비롯됐다.

도바 사장은 지난해 계열사주식거래로 거액을 챙겼고 이 사실이 3일 언론에 공개됐다.

그후 도바 사장은 도덕성 시비에 시달리고 다이에그룹의 기업이미지는 급격히 추락했다.

금융권에선 신뢰저하로 그룹 경영개선작업에 치명타가 될것이란 관측이 파다했다.

앞뒤 정황으로 볼때 나카우치 회장은 그룹을 살리기 위해 자신과 도바 사장이 희생양이 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나카우치 회장은 직선적 성격과 저돌적 업무스타일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

박리다매 상술의 신봉자인 그는 "일본의 물가를 반으로 끌어 내리겠다"며 소비자들을 즐겁게 했다.

하지만 공격경영 일변도의 스타일은 거래선과의 불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앞만 보고 달린 그의 카리스마는 주위사람들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회장과 사장이 없다고 다이에가 당장 무너지진 않는다.

그러나 나카우치 회장의 퇴진은 신뢰와 윤리가 기업경영에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도바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내부자거래가 아니라는 법률해석을 받았다"면서도 "오얏나무 밑에서는 갓끈을 매지 말아야 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시대가 바뀌어도 개인 기업 모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룰은 엄존함을 보여주는 답변이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