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은 세계 IT 기업들의 싱크탱크"

텔아비브에서 북쪽으로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보면 도로 주위로 인텔,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 등 낯익은 간판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들 건물은 해당기업들이 이스라엘 현지에 세운 연구개발센터.

세계유수의 IT 업체들은 틈새분야에서 첨단기술을 지닌 이스라엘의 IT 인력을 활용하기 위해 잇따라 현지에 R&D센터를 세워 왔다.

연구개발센터는 주로 텔아비브 근처의 헤즐리야와 하이파 근처의 마탐공업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텔아비브 공대와 하이파에 있는 테크니온 공대의 첨단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쉬운데 따른 것이다.

R&D센터는 해외기업들의 "두뇌" 역할을 1백% 수행하고 있다.

빌게이츠 MS 회장은 "MS가 미국 밖에서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재산은 이스라엘의 R&D센터"라고 말할 정도로 이곳의 기술수준은 높이 평가되고 있다.

모토로라의 가장 큰 연구개발센터는 이스라엘에 위치하고 있으며 인텔은 74년 하이파에 R&D센터를 세웠고 78년에는 텔아비브에 판매 사무실을 냈다.

85년 세운 예루살렘의 반도체 공장은 종업원 1천3백명에 98년 매출액이 5조원에 달하는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DEC도 헤즐리야 현지 법인을 비롯, 하이파와 예루살렘 등지에 판매 및 서비스 본부를 두고 있으며 IBM은 예루살렘에 판매회사를 두고 있다.

지멘스도 이곳에 공장을 세워 이스라엘 과학자뿐만 아니라 요르단과 팔레스타인 엔지니어들까지 대거 고용했다.

외국 IT 기업들은 단순히 연구개발센터를 짓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현지기업을 통째로 사버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5월 ICQ가 AOL에 4억달러에 인수된데 이어 연말에는 DSPC가 인텔에 16억달러에 팔렸다.

올해 5월에는 루슨트테크놀러지가 크로마티스를 46억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함으로써 1년이 못돼 M&A 금액 기록이 깨졌다.

인수된 이스라엘 기업은 모기업의 성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AOL은 ICQ를 바탕으로 AOL 메신저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인터넷 회사로의 진입에 성공했다.

AOL이 10년 넘게 모은 유료 가입자가 1천9백만명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메신저 사용자가 4천5백만명에 달하고 있다.

인텔은 무선전화기용 칩을 개발하는 DSPC를 인수함으로써 무선통신칩 시장에 보다 수월하게 진출할 수 있었다.

텔아비브=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