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의 유통업체인 다이에의 도바 타다즈 사장이 일본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에 최근 1천5백만엔(약 1억6천만원)을 쾌척했다.

기부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일본사회의 관행에 비춰볼 때 그가 내놓은 돈은 대단한 거액이다.

그러나 도바 사장은 지금 일본언론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기부한 돈의 출처 때문이다.

기부금은 그가 주식을 사고 팔아 번 돈에서 나왔다.

재테크로 번 돈을 좋은 일에 쓴 것이다.

하지만 도바 사장의 주식거래는 매매시점과 대상종목이 아주 묘했다.

그는 다이에가 70%를 출자한 신용카드사 다이에OMC 주식을 사고 팔았다.

그것도 주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발표가 나오기 전에 샀다가 한참 오른 후 처분했다.

그가 작년 5월 주당 2백엔에 10만주를 사들인 이 회사 주식은 매각 시점인 12월 3백60엔으로 뛰었다.

도바 사장이 주식을 매입한 후인 작년 8월초 다이에OMC는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불량채권을 일괄처리한다고 발표했다.

앞뒤 정황으로 볼때 도바 사장은 내부자거래의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다이에OMC는 불량채권처리 방안을 놓고 공인회계사인 그에게 수시로 보고했다고 한다.

주식거래가 말썽이 되자 도바 사장은 "양심에 꺼리낄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고 있다.

계열사를 위해 주식을 샀을 뿐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변호사 자문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주변에서는 모두 그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던지고 있다.

일본 증권거래감시위는 위법여부 조사에 긴급 착수했다.

다이에그룹의 나카우치 이사오 회장은 "그가 베테랑 재무전문가라 설마려니 생각했다"며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올들어 기업윤리와 최고경영자의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빈발했다.

소고백화점은 회사가 망해가는 데도 자신의 주머니 채우기에 바빴던 옛 임원들에게 1백10억엔의 배상청구소송을 낼 예정이다.

''트러스트''의 저자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사회적 신뢰기반 부재를 후진국의 공통점으로 꼽았지만 경제대국 일본은 재계지도자들의 모럴 해저드를 걱정해야 할 판국이 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