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초 부임한 이태식 주 이스라엘 대사는 인사차 이스라엘 정부 부처들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장관 집무실이 너무 검소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지 했던 것.

한국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소파조차 없었다.

이 대사가 더욱 당황스러웠던 때는 방문 이전이었다.

"신임인사차 방문한다고 하니까 무슨 일 때문이냐는 반응이었습니다. 특별한 안건이 있지 않은 만남은 시간낭비라는 거죠"

이 대사뿐 아니라 이곳에 사는 교포들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매우 ''능률''을 중시하는 국민이라고 입을 모은다.

무언가 실질적인 이익이 없는 만남은 이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간단한 인사말조차 이스라엘 사람들에겐 거추장스러울 뿐이다.

얼핏 생각하면 냉혹해 보이는 이스라엘 국민의 실용적인 자세는 위기시에 빛을 발한다.

지난해 터키지진으로 커다란 참사가 일어났을 때의 일이다.

한국을 비롯 세계 각국이 구조단을 급파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이스라엘 구조단이었다.

한국측은 3일이 지나서야 도착했다.

공항에서 발대식을 하고 사진찍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곽동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텔아비브 관장은 "한국도 실질적인 면을 중시하는 이스라엘 국민들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나친 실용정신이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로니 벤 모하 이스라엘 수출공사 국제프로젝트 담당관은 "이스라엘 국민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들이 직선적이라 좋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역시 같은 이유로 싫어한다"고 말한다.

특히 직설적인 이스라엘 국민의 취약성은 서비스 분야에서 잘 나타난다.

호텔,항공사,식당,대사관 등은 불친절하기로 유명해 그것을 경험한 방문객은 다시는 이스라엘 땅을 밟고 싶어하지 않을 정도다.

물론 지나치게 실용성만을 추구하는 자세는 좋지 않다.

하지만 쓸데없는 겉치레에 매몰돼 있는 우리로서는 능률을 중시하는 이들의 태도를 한번쯤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텔아비브=송대섭 정보과학부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