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철권통치를 휘둘러온 알베르토 후지모리(62) 페루대통령이 사실상 조기퇴임의사를 밝혔다.

후리모리 대통령은 16일 심복인 국가정보부장의 야당의원 매수사건과 관련,TV와 라디오방송 연설을 통해 "새 대통령선거 및 의회선거를 곧 실시하겠다"며 자신은 차기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부(NIS)도 해체한다고 밝혔다.

후지모리의 대국민 연설은 블라디미로 몬테시노스 NIS부장이 집무실에서 야당소속 알베르토 쿠오리 의원을 돈으로 매수하는 장면이 담긴 비밀 비디오테이프가 지난 15일 폭로된 직후에 나온 것이다.

후지모리는 새로 실시될 총선 및 대통령선거 일정에 대해 ''가까운 미래''라고만 언급,구체적인 선거일자나 자신의 퇴임 시점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의 연설이 끝난 뒤 수도 리마에서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독재가 무너졌다"며 승리의 환성을 올렸다.

노혜령 기자 h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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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테이프 대화내용 ]

<>쿠오리=얼마간의 인센티브로 당적을 옮긴 다른 의원들과 같은 급으로 평가받고 싶지않다.

<>몬테시노스=여기 10(미화 1만달러)이 있다.

<>쿠오리=15나 20정도는 돼야지.

<>몬테시노스=10 더하기 5는(다시 오른쪽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내)15.

<>쿠오리=내 선거운동에 들어간 비용을 회수할 방법은 없겠는가.

<>몬테시노스=지금까지 얼마나 지출했나.

<>쿠오리=2만2천달러를 (당에다)주고 개인적으로 2만달러가량 더 썼으니까...

<>몬테시노스=4만~5만달러는 되겠다.많이도 썼다.

<>쿠오리=투자라고 봐야한다.

<>몬테시노스=(탈당을 원하는)사람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결시켜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