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펑을 배우자(學習雷鋒)''

지난 60년대에서 70년대말까지 중국 전역에 확산됐던 레이펑 학습운동이 정보통신기술의 도움으로 다시 번지고 있다.

인터넷에 개설된 레이펑 홈페이지(www.leifeng.com)가 ''레이펑 배우기 열풍''의 진원지다.

레이펑은 인민을 위해 봉사하기를 즐겨했던 모범적인 인민해방군 군인이었다.

그는 22살(1962년)의 꽃다운 나이로 죽기 직전 3년간 군대에 있으면서 동료애와 애국심 희생정신을 발휘했다.

그의 선행은 사후 발견된 일기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마오쩌둥(毛澤東)은 ''레이펑을 배우자''는 정치선전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레이펑 홈페이지가 개설된 것은 지난해 3월.방문객은 현재까지 10만여명으로 하루평균 2백여명이 이 사이트를 찾았다.

푸순(撫順·레이펑이 죽은 곳)에 있는 레이펑기념관이 만든 이 사이트는 레이펑 일기,그의 일생 및 일화, 남기고 싶은 말 등으로 구성됐다.

''남기고 싶은 말'' 코너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독자투고가 올라온다.

레이펑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순수 공산주의 이념''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지금 중국에는 개혁 개방과 함께 배금주의 이기주의 부정부패 등 온갖 정신오염이 만연하고 있다.

돈이 최상의 가치로 등장하면서 인간애는 뒷전이다.

부조리가 심화될 수록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친 레이펑 정신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저우샹(週翔)이라는 이름의 한 네티즌은 "레이펑은 우리사회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라며 "우리 후대들에게도 레이펑학습을 시켜야 한다"는 글을 남겼다.

그런가 하면 "레이펑은 평범한 군인이었으며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된 부분이 많다"는 폭로성 글도 있다.

''남기고 싶은 말'' 코너에는 레이펑을 등에 업고 ''사이버 구걸''에 나선 사람들도 적지 않다.

레이펑이 보여준 순수 희생정신을 본받아 불우한 처지에 있는 자기를 구해달라는 하소연과 함께 은행계좌를 적어놓는다.

개혁 개방과 함께 대륙서 자취를 감췄던 레이펑이 20여년만에 다시 살아난 것에서 중국사회의 한 단면을 읽게된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