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장거리 통신업체인 AT&T와 영국최대 통신회사인 브리티시텔레콤(BT)이 합병을 위한 물밑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전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합병이 성사되면 세계 통신업계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 전망이다.

AT&T의 시가총액은 1천2백4억달러로 BT의 8백16억달러와 합할 경우 시가총액 2천억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 통신기업이 된다.

2천6백만명의 무선전화 가입자도 확보하게 된다.

양사가 합병을 검토하게 된 것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AT&T의 경우 올들어 주력분야인 장거리전화 쪽에서 매출 감소로 매출전망치를 두 번이나 하향조정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년간 케이블TV 쪽에 수억달러를 쏟아부은 것도 부담이다.

이런 와중에 영국 보다폰에어터치와 독일 만네스만 간의 합병,미국 MCI월드컴과 스프린트의 합병시도 등은 AT&T에 위협요인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BT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같은 영국업체인 보다폰에어터치는 물론 최근 미국의 이통업체 보이스스트림과 합병한 도이체텔레콤도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과도한 설비투자로 부채는 내년말까지 현재의 3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두 회사가 하나로 통합할 경우 BT는 AT&T의 전세계적인 통신망을 활용,유럽내에서 보다폰에어터치를 제치고 무선통신분야에서 선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AT&T는 미국과 유럽을 잇는 초고속 데이터 전송 및 인터넷사업에서 엄청난 시장확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성사여부는 불투명하다.

BT의 최고경영자인 피터 본필드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AT&T측과 합병논의를 한 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그는 다만 "합병 가능성은 전혀 없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매우 오픈 마인드돼 있다"며 여운을 남겼다.

AT&T 대변인 존 히스는 "루머나 추측에 대해서는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양사의 합병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통신업계 전문가인 그래임 크라크는 "두 회사 모두 너무 덩치가 큰 데다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어 합병할 경우 문제가 더 복잡해질 뿐"이라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의 공정거래 당국이 합병을 허가할지 여부도 미지수다.

김선태 기자 or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