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불리 문을 열었다가는 한국처럼 외환위기에 속수무책일게 아니냐"

상하이의 증권 전문가들에게 증시개방에 대해 물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반문이다.

아무 대책없이 증시의 문을 열었다가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말만 들으면 증시개방, 즉 자본자유화에 반대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상하이가 금융중심지가 되려면 외환및 자본유출입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루스민.陸世民 재경대 교수)는데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중국의 체력을 감안, 준비하는 시간을 가질수 있도록 그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왕퀸화이 중국외환거래소 연구부장)는 시각이 많다.

사실 중국의 자본자유화는 "제로"에 가깝다.

1996년부터 경상거래에 한해 환전이 가능해졌지만 그 외의 자본유출입은 철저히 금지돼 있다.

상하이증시도 A시장과 B시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외국인은 B주식에만 투자할 수 있다.

외국기업은 상장도 할 수 없다.

외국계 은행 보험 증권사의 현지 영업도 사실상 금지돼 있다.

외자유입을 스스로 막고 있는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상하이가 동남아 금융센터를 꿈꾼다는건 어찌보면 어불성설이다.

이제 이런 보호막이 걷힌다.

중국은 작년 11월 미국과 타결한 WTO 가입조건에서 5년동안 단계적으로 중국의 은행 보험 증권시장을 개방키로 합의했다.

은행업의 경우 WTO 가입 후 2년안에 외국계 은행에도 자유로운 인민폐 영업을 허용키로 했다.

외국은행이 중국기업에 마음대로 여신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험과 증권업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과의 합의대로라면 WTO 가입후 3년내에 외국인이 합작보험사나 펀드관리회사의 지분을 49%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증권업의 경우에도 A시장과 B시장이 통합되며 외국계 증권사의 브로커리지 업무가 허용된다.

상하이 금융업에 변혁의 계절이 닥치는 셈이다.

그런데도 담당자들은 의외로 담담하다.

"세찬 도전은 응전하는 쪽의 태도에 달려 있다. 우리가 선수를 치면 도전이 기회가 되는 것이고 소화하는데 급급하면 당하게 된다"(핑안보험 리핑.李品 주임)든가, "타격은 있겠지만 외자유치의 기회가 되고 금융기관들은 한단계 발전할 계기를 잡게 될 것"(푸단대 시아에량.夏業良 교수)"이라는 등 자신감이 넘쳐난다.

이들의 자신감에서 상하이는 벌써 아시아금융센터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